덴버 배경이 된 우디 앨런의 SF 코미디 영화, Sleeper - Denver - 1

콜로라도 덴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찾다 보면 대부분 서부극이나 다큐멘터리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평론가들이 의외로 자주 언급하는 작품이 바로 1973년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의 SF 코미디 영화 '슬리퍼(Sleeper)'입니다.

지금 보면 오래된 영화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상상력과 독특한 영상미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건강식품 가게를 운영하던 평범한 남자가 냉동 상태로 보관됐다가 200년 후 미래 사회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흔한 설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1970년대에는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여기에 우디 앨런 특유의 말장난과 풍자, 몸을 사리지 않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더해져 지금도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평론가들이 특히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미래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SF 영화는 거대한 세트장을 만들거나 특수효과에 의존하지만, 슬리퍼는 실제 존재하는 현대 건축물을 미래 도시처럼 활용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덴버 근교 제네시에 있는 스컬프처드 하우스(Sculptured House)입니다.

비행접시를 닮은 독특한 외형 덕분에 영화에서는 미래 과학자의 집으로 등장했고, 이후 사람들은 이 건물을 '슬리퍼 하우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덴버 배경이 된 우디 앨런의 SF 코미디 영화, Sleeper - Denver - 2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볼더의 국립대기권연구센터(NCAR)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아이 엠 페이(I.M. Pei)가 설계한 이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직선적인 디자인이 특징인데, 영화에서는 미래 정부 시설로 등장합니다.

당시 관객들에게는 실제 건물이 아니라 영화 세트장처럼 보일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고 합니다.

영화평론가들은 슬리퍼를 단순한 코미디 영화로만 보지 않습니다. 권력과 감시 사회를 풍자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우디 앨런 특유의 빠른 대사와 블랙코미디는 이후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준 작품으로도 꼽힙니다.

물론 모든 평가가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느리고, 특수효과도 시대적인 한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1970년대식 유머는 지금 세대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사에서는 SF와 코미디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언급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5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콜로라도의 건축물은 지금 봐도 미래 도시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스컬프처드 하우스는 드론 영상으로 보면 지금 지어진 초현대식 저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콜로라도나 덴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가는 것도 좋을겁니다. 덴버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제네시 산 위에 자리한 스컬프처드 하우스의 실루엣을 볼 수 있고, 볼더의 NCAR 역시 방문객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영화를 본 뒤 실제 장소를 찾아가 보면 "아, 이 장면이 여기였구나" 하는 반가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흥행작은 아니었지만, 영화평론가들은 슬리퍼를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독창적인 상상력, 현실 건축물을 활용한 미래 세계의 표현, 그리고 지금 다시 봐도 웃음을 주는 우디 앨런의 코미디 감각까지. 콜로라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숨은 명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