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만 뷰 찍은 AI 단편 영화 "The Patchwright"  - Burbank - 1

안녕하세요, 버뱅크 살고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남자입니다.

제가 사는 이 동네가 워낙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본사 있는 곳이라 영화 관련자들 동네입니다.

동네 카페 가면 옆 테이블에서 시나리오 회의하고, 헬스장 가면 VFX 아티스트가 운동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근데 요즘 솔직히 마블도 식상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도 그놈이 그놈이고.

그래서 넷플릭스 켜놓고 30분 동안 뭐 볼지만 고르다가 그냥 폰 보는 날도 많거든요.

어제도 월요병이 도지면서 12시까지 잠안자고 그러고 있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준 The Patchwright 라는 단편이 있었습니다.

이거... 저는 다 보고 또보고 해서 3번을 다시 봤습니다.

나중에 시계 보니까 새벽 1시 반.

이 시점에서 이 작품은 이미 제 기준으로는 명작입니다.

9백만 뷰 찍은 AI 단편 영화 "The Patchwright"  - Burbank - 2

이거 9백만 뷰가 그냥 찍힌 게 아니에요

찾아보니까 조회수 9백만. 유튜브에서 21분짜리 단편이 9백만 뷰.

이게 어떤 수치냐면, 어지간한 헐리우드 마케팅 팀도 못 만드는 숫자예요. 근데 이건 두 명이 만들었어요. 그것도 AI 활용해서.

이게 뭘 의미하냐면요, 게임이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예전엔 사이버펑크 같은 장르 하려면 무조건 프로덕션 버짓 빵빵하게 받아야 했어요.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이런 거 만들려면 스튜디오 끼고 몇 년씩 걸렸잖아요.

근데 지금은 능력자 두세 명이 AI 들고 작업해서 며칠 만에 던지면, 유튜브가 하루 만에 전 세계에 뿌려요.

영화 산업이 30년 동안 못 한 일을 알고리즘이 하루 만에 해버리는 시대예요.

배경이 NiiroCradle이라는 가상의 도시인데, 한마디로 "폐허인데 살아 있는 도시"예요.

산업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녹슨 기계가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고,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를 존재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요.

이게 그냥 배경 그림이 아니라, 보는 사람을 계속 눌러요.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

저는 사이버펑크 좋아해서 블레이드 러너 2049도 극장에서 두 번 봤거든요.

그 분위기, 그 무게감이 떠올랐어요. 근데 이건 또 달라요. 더 더럽고, 더 거칠고, 더 가까이서 숨 쉬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주인공 Patchwright. 직역하면 "기워주는 사람"인데, 작품 속에서는 불법 신체 수리공이에요.


근데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에요. 보다 보면 이 사람이 단순히 부품 갈아 끼우는 게 아니라 기억을 다루는 사람.

플롯 자체는 단순합니다. 도망친 안드로이드 하나가 Patchwright한테 와서 "내 기억 좀 찾아달라" 고 부탁해요.

근데 이 영화의 진짜 질문은 "기억이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에요.

"이 기억이 도대체 누구 거냐" 예요. 보다 보면 점점 헷갈립니다.

안드로이드의 기억이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Patchwright 자신의 기억 같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엔 둘이 섞여버린 것 같기도 해요.

마지막 장면 보고 나서 한참 멍 때렸어요. 댓글 보러 갔더니 다들 똑같이 멘붕이더라고요.

어떤 분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서사(unreliable narrative)" 라고 정리해놨던데, 진짜 그 말이 정답이에요.

화자도 못 믿고, 등장인물도 못 믿고, 심지어 영상 자체도 못 믿어요. 근데 그게 이 작품의 핵심이에요.

솔직하게 완벽한 작품은 아니에요. 장면 연결이 좀 튀는 부분도 있고, 서사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아요.

AI 생성 특유의 약간 어색한 텍스처도 보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그게 단점으로 안 느껴져요. 오히려 그 어색함이, 그 불편함이, 더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요.

매끄러운 헐리우드 영화 보고 나면 30분 만에 잊어버리잖아요. 근데 이건 다음 날까지도 잔상이 남아요.

어떤 댓글에서 "이건 영화가 아니라 경험이다" 라고 적어놨던데, 진짜 딱 그래요.

좋다 나쁘다 평가하기 전에 그냥 머릿속에 남아버려요.

저는 출근길 운전하면서도 그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9백만 뷰 찍은 AI 단편 영화 "The Patchwright"  - Burbank - 3

제작자 두 명이 만들었다고?

이 작품 만든 사람은 Zack London과 Jacob Batchelor 두 명이에요.

둘이서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근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포인트.

그냥 AI로 뚝딱 만든 게 아니에요. AI로 비주얼을 뽑아내고, 그 위에 성우 연기 얹고, 사운드 디자인 깔고, 음악 입혀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낸 거예요.

AI는 도구고, 진짜 작품성은 사람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건 진짜 새로운 단계다"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버뱅크 살면서 영화 업계 사람들 좀 알거든요. 친구 중에 VFX 하는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이거 보고 진심으로 충격받았대요.

예전엔 우리 팀 30명이 6개월 걸려서 만들던 걸 두 명이 며칠 만에 만든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작품을 "신호" 라고 봐요. 영화 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

물론 헐리우드는 안 망해요. 블록버스터는 계속 나올 거고, 마블도 계속 만들 거예요.

근데 그 옆에서 두세 명짜리 팀이 AI로 만든 21분짜리 단편이 9백만 뷰를 찍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거예요.

영상 콘텐츠의 민주화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아직 안 보신 분, 오늘 한 번 보세요. 21분이에요. 손해 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