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에나파크에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뭐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요즘같이 집장만 힘든때에 우리처럼 집 하나 가진 것도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집을 가지고 있다보니 매년 돌아오는 재산세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니,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스트레스가 매년 반복되는것 같다.
이번 재산서 고지서는 9,800불.. 그리고 고지서에 나와있는 문구하나.
"당신이 살고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여? 기여라니요? 강제로 뜯어가는 걸 기여라고 부르는거 아닌가?
집을 3년전에 샀는데 "좋은 집 사셨네요~" 하고 세금 내라고 하고..
나는 "그냥 렌트살걸 그랬나.. 집을 왜 샀지..." 하며 뒷목이 뻐근하다.
도대체 이 돈, 어디에 쓰이는 걸까?
조사해보니 캘리포니아 OC 지역 재산세는 보통 교육, 치안, 소방, 도로 보수 등에 쓰인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내 지역에서 걷힌 재산세의 약 40%는 지역 교육구로 간다.
그 다음 25%가 카운티 정부 운영, 20%는 시정부, 나머지는 특수 구역(예: 소방국, 수도국) 등으로 간다. 교육, 경찰, 소방... 다 중요한 거다.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년 내는 만불돈이 과연 그 '합리적 배분' 안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는 좀 다른 이야기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한 해가 멀다 하고 교사 인원 감축 뉴스 나온다. 도서관 예산 줄여서 학생들은 오래된 책으로 공부하고.
길거리? 포트홀 있는길이 수두룩하고 가로등 고장 나도 몇 달씩 방치된다. 소방서 출동 시간? 요즘 더 느려졌다.
내 재산세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더 웃긴 건 이거다. 집값이 오르면 재산세도 따라 오른다.
물론 캘리포니아에는 Prop 13이라는 유명한 법이 있어서, 기존 주택 소유자는 재산세 인상이 연간 최대 2%로 제한되어 있다.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집값 기준가가 재조정되면 그만이다.
게다가 우리처럼 최근에 새로 집 산 사람은 구입한 시세 기준으로 톡톡히 세금 물린다.
부에나파크 집값 올랐다고 뉴스에 나올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오오, 정부 수입이 더 생겼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세금 높은 주'다. 소득세는 물론이고, 세일즈택스, 자동차 등록세, 그리고 이 재산세까지.
다른주에비해 여기 캘리포니아는 세금부담이 너무 크다.
주민들이 '좋은 교육'과 '안전한 환경'을 위해 기꺼이 세금 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럼 그렇게 많이 받아서 결과는 왜 이 모양인가?"
재산세는 원래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는 세금이다. 내가 뭘 벌어들이든 상관없이, 그냥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뜯기는 셈이다.
그런데 집을 갖는 게 무슨 사치품도 아니고 세금 부과 대상 자산으로 간주되니...
이제는 고지서 받을 때마다 내가 낸 돈이 정말 지역사회에 쓰였는지, 아니면 행정 비용이나 관료들 연금으로 사라졌는지 알 길도 없다.
그저 매년 자동으로 돈 빠져나가고, 난 마치 정부의 렌트 납부자가 된 느낌이다.
'집주인'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진짜 주인은 카운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지금 집을 가진 게 축복이 아니라 세금 스트레스의 시작이라는 걸 점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