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사탕 통이 강아지 응급실행 티켓이 되는 이유 - Cresskill - 1

핼러윈 저녁이면 동네 골목이 묘하게 다른 얼굴을 합니다. 낙엽 쌓인 현관마다 호박등이 켜지고, 작은 마녀와 해적들이 사탕 통을 흔들며 지나가지요.

그런데 이 마법 같은 밤이 집 안의 강아지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거실 바닥에 쏟아놓은 사탕 더미, 그게 개에게는 숲속의 독버섯 군락과 다를 바 없거든요.

숫자부터 보면 꽤 놀랍습니다. 24시간 반려동물 중독 상담을 하는 Pet Poison Helpline에 따르면 핼러윈 주간에는 상담 전화가 12% 늘어나고,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건 역시 초콜릿입니다. 초콜릿에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이 들어 있는데, 개는 이 성분을 사람처럼 빨리 처리하지 못합니다.

모든 초콜릿이 똑같이 위험한 건 아닙니다. 위험도는 베이킹용 초콜릿과 코코아 가루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세미스위트, 다크, 밀크 순입니다.

화이트 초콜릿은 테오브로민이 아주 적어서 중독까지 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지방이 많아 배탈은 충분히 날 수 있습니다.

초콜릿 중독 증상으로는 구토, 설사,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잦아지는 것, 안절부절못함, 빠르거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있습니다. 심하면 떨림과 발작까지 옵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몇 시간 뒤에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밤에 몰래 먹고 아침에야 이상을 알아채는 일이 생기는 이유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더 무섭다고 느끼는 건 자일리톨입니다. 무설탕 껌과 민트, 키토 사탕, 당뇨용 저당 캔디, 일부 프로틴바에 들어 있는 감미료입니다.

요즘은 건강 챙긴다고 어른용 무설탕 간식을 가방에 넣어두는 집이 많습니다. 아이 사탕 통만 치워놓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VCA 동물병원 자료에 따르면 자일리톨은 개의 몸에 빠르게 흡수돼 인슐린을 급격히 분비시킵니다. 그 결과 섭취 후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혈당이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FDA도 자일리톨이 개에게 저혈당과 발작, 간부전을 일으켜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양이 많을수록 간 손상 쪽으로 간다고 하니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라벨을 볼 때는 xylitol이라는 단어만 찾으면 부족합니다. birch sugar, birch extract, wood sugar라고 적혀 있어도 같은 성분입니다.

이름만 바꿔 숨어 있는 셈이니, 꼭 동화 속 변장한 마녀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핼러윈에 이보다 어울리는 비유도 없을 겁니다.

건포도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초콜릿 입힌 건포도, 트레일 믹스, 오트밀 건포도 쿠키처럼 의외의 곳에 숨어 있습니다.

Pet Poison Helpline은 개에게 건포도는 안전한 양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몇 알이면 괜찮다는 말은 믿지 않는 게 맞습니다.

사탕 자체보다 포장지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은박지나 비닐 포장, 막대사탕 스틱을 삼키면 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장폐색이 의심되면 구토, 식욕 저하, 무기력, 변을 못 보거나 힘을 주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엑스레이 같은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수술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과 설탕 많은 사탕을 한꺼번에 먹으면 췌장염이 올 수 있습니다. 이건 증상이 2~4일 뒤에야 나타나기도 해서, 며칠 지나 밥을 안 먹으면 그때를 떠올려 봐야 합니다.

장식도 한 번 둘러볼 만합니다. 야광봉 속 액체는 입안을 자극해 침을 흘리게 하는데, 이 상담은 고양이 쪽이 더 많다고 합니다.

호박등 속 촛불도 강아지 코와 꼬리 높이에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숲속 모닥불도 바람 방향을 먼저 보듯이 말입니다.

그럼 이미 먹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무엇을, 얼마나, 언제 먹었는지 포장지를 챙겨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동물병원이나 중독 상담 라인에 전화합니다. ASPCA 동물 중독 통제센터는 888-426-4435, Pet Poison Helpline은 855-764-7661로 둘 다 24시간 운영됩니다.

두 곳 모두 상담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Pet Poison Helpline은 한 번 내면 이후 수의사와의 후속 상담까지 포함되는 방식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방법으로 집에서 억지로 토하게 하는 건 피해야 합니다. 두 기관 모두 전문가 지시 없이 구토를 유도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증상이나 처치는 개의 체중과 먹은 양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결국 판단은 수의사와 상의해서 내리는 게 맞습니다.

저라면 이번 핼러윈엔 이렇게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돌아오면 사탕 통을 바로 높은 선반이나 뚜껑 있는 통에 넣고, 무설탕 간식은 따로 치워두겠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문에 두 개의 전화번호를 붙여두겠습니다. 마법의 밤이 응급실의 밤으로 바뀌지 않도록, 작은 주문 하나 걸어두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