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그린카드 한번 받으려면 이것저것 챙길 게 정말 많죠. 서류도 복잡하고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이게 뭐라고 까다롭지? 하고 느끼는 게 하나 있어요. 바로 영주권 신체검사(Green Card Medical Exam)입니다.

이 검사는 단순히 병원 가서 의사가 한번 쓰윽 보고 "괜찮네요~" 하고 도장 찍어주는 수준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이민자를 받아줄 때 공공보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해 이 검사를 요구하는거 거든요.

말이 좋아 검사지, 사실은 건강상태를 샅샅이 들여다보는 절차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검사받을 수 있는 병원이 아무 병원이나 되는 게 아니에요. USCIS(이민국)에 등록된 Civil Surgeon, 즉 지정된 의사한테만 받을 수 있어요.

구글에 "USCIS Civil Surgeon near me" 같은 식으로 검색하거나, 이민국 웹사이트에서 ZIP코드 넣으면 근처 지정병원이 나옵니다. 이거 모르고 동네 병원 갔다가 시간 날리는 분들 꽤 있어요.

그 다음 절차는 생각보다 좀 복잡합니다. 병원에 따라 예약이 밀려 있을 수도 있고, 필요한 서류도 꼭 준비해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I-693 Form인데요, 이건 미리 프린트해서 병원에 가져가야 하고, 중간에 자기 정보 입력하는 부분은 본인이 작성하지만 의사 싸인 들어가는 부분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됩니다. 이거 잘못해서 다시 받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병원 가서 뭘 하느냐?

기본적으로 다음 네 가지 항목을 체크합니다.

첫째, 결핵 검사(TB Test).
이게 좀 까다로워요. 예전엔 피부에 바늘로 테스트하는 PPD 방식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혈액검사(IGRA)로 합니다. 만약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흉부 X-ray를 추가로 찍어야 하고요.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영주권 심사도 지연될 수 있어요.

둘째, 예방접종 기록 확인(Vaccination).
미국에서 요구하는 백신 종류가 정해져 있어요. MMR(홍역, 볼거리, 풍진),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수두, B형 간염, 인플루엔자 등등. 본인이 이미 맞은 기록이 있다면 접종증명서를 가져가면 되고, 없다면 병원에서 다시 맞아야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접종한 경우 한글로 된 예방접종표를 들고 가면 "이게 뭐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영문 번역본이 필요할 수 있어요.

셋째, 성병 검사(STD Test).
특히 매독(syphilis)에 대한 혈액검사는 필수입니다. HIV는 검사 대상이 아니지만, 병원에 따라 포함시키는 곳도 있어요. 만약 매독 양성으로 나오면 치료 여부까지 보고서에 들어가기 때문에, 걸렸던 이력도 숨기면 안 됩니다.

넷째, 마약 사용 여부와 정신건강 이슈.
직접적으로 "너 마약 했니?" 이렇게 묻진 않지만, 의사가 질문하면서 이상 징후가 보이면 정신건강 관련 추가 보고가 들어갈 수 있어요. 특히 우울증, 조현병, 자살 시도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 자료 요청이 올 수 있고요.

이 모든 걸 통과하면, 의사가 I-693 폼에 내용을 작성하고 공식 봉투에 봉인해서 줍니다. 절대! 이 봉투는 열면 안 됩니다. USCIS는 봉인이 뜯기면 무효 처리하거든요. 그냥 그 상태 그대로 인터뷰 때 제출하거나, 온라인 제출이 가능할 경우 스캔본 업로드하고 원본은 나중에 제출하면 됩니다.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150~$400 사이예요. 백신 추가로 맞아야 하면 더 나올 수도 있어요.

보험이 있어도 대부분 커버 안 되니까 현금으로 낼 각오 하셔야 하고요.

마지막 팁 하나! 이민자 많은 지역은 병원 예약이 밀려 있을 수 있으니까 최소 한 달 전에는 예약 잡는 걸 추천드려요. 괜히 타이밍 놓쳐서 영주권 전체 일정 꼬이면, 스트레스 장난 아닙니다.

이 신체검사는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차피 해야 한다면 미리 준비 잘해서 깔끔하게 끝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미국 이민의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하고, 잘 받아서 통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