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온 연기, 캐나다 산불로 정신없는 미국 동북부 - Buffalo - 1

지난주 수요일인가 일어나서 아침에 주방쪽 창문을 열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저 멀리 다운타운 건물들도 흐릿하게 보이더라고요.  매캐한 연기같아서 휴대폰을 보니 캐나다 산불 연기가 또 버팔로까지 내려왔다는 뉴스가 뜨고 있었습니다.

버팔로에 오래 살다 보니 눈폭풍은 익숙한데, 이제는 여름마다 산불 연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참 씁쓸합니다.

예전에는 캐나다에서 산불이 났다고 하면 "저 멀리 일인데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바람 방향 하나에 뉴욕주 전체 공기 질이 확 달라져 버립니다.

이번에도 캐나다와 일부 미국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연기가 오대호 지역을 지나 뉴욕주까지 내려오면서 버팔로는 물론 로체스터, 시러큐스, 뉴욕시까지 대기질 경보가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동북부에서 수억 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고, 민감군뿐 아니라 일반인도 야외 활동을 줄이라는 권고가 나왔습니다.

버팔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마스크를 다시 꺼내는 모습도 흔합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산불 연기 때문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아침 산책을 즐기던 분들도 발길을 돌리고, 자전거 타던 사람들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던 집들도 문을 꼭 닫아놓더라고요.

저도 주말이면 나이아가라 강 쪽으로 드라이브를 자주 가는데 이런 날은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은 누렇게 변하고 태양도 뿌연 막 뒤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여요.

사진을 찍어도 색감이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은 "안개가 낀 줄 알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미세한 연기 입자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겁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호흡기 질환이 있는 분들이죠. 천식이나 COPD 환자는 물론이고 어린아이와 노인들은 짧은 외출만으로도 기침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버팔로 사람들에게 캐나다는 아주 가까운 이웃입니다. 평소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 토론토로 쇼핑도 가고, 경기 보러 다니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이제는 캐나다에서 불이 나면 국경을 넘어 연기가 먼저 찾아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경은 있어도 공기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후 변화 이야기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조금은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창밖 하늘 색깔이 달라지는 걸 직접 보면서 체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