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Texas 황야를 달린 울버린의 영화, Logan (2017) - Dallas - 1

마블 영화 울버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2017년 개봉한 영화 <로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제작된 슈퍼히어로 영화 가운데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로건은 2000년 X-Men 영화 시작부터 무려 17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해 온 휴 잭맨의 마지막 작품이자,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액션 블록버스터를 감상하는 느낌보다는 오랜 친구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2029년 미국입니다. 돌연변이들이 거의 사라진 세상에서 로건은 더 이상 젊고 강한 영웅이 아닙니다. 상처는 예전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구했던 울버린이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리무진 운전사로 살아간다는 설정부터 기존 마블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과감하게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우주 전쟁도 없고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당도 없습니다.

대신 늙음, 상실, 책임, 가족, 희생이라는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주제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나오면 통쾌함과 흥분이 남지만, 로건은 허무함과 여운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습니다.

흥행 성적 역시 놀라웠습니다. 9,7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된 로건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6억 1,92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대비 6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한 성공작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영화가 R등급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관람 연령 제한으로 인해 관객층이 좁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North Texas 황야를 달린 울버린의 영화, Logan (2017) - Dallas - 2

영화를 보다 보면 황량하고 외로운 분위기가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 배경에는 텍사스의 광활한 풍경이 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CGI로 가득한 미래 도시 대신 텍사스 지역의 거칠고 건조한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달라스-포트워스 외곽 지역과 노스 텍사스 일대의 황무지와 평원은 영화 속 2029년 미국 남부의 황폐한 미래를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적막한 풍경은 로건의 외로움과 삶의 끝자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로건>을 슈퍼히어로 영화라기보다 현대적인 서부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 곳곳에서는 고전 서부영화 <셰인>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늙은 총잡이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 구조 역시 전형적인 서부극의 문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담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남기는 이야기라는 점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액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동안 PG-13 등급 때문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울버린의 본모습이 처음으로 완전히 공개됩니다. 아다만티움 클로가 휘둘러질 때마다 거칠고 처절한 전투가 펼쳐지며, 로건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망가져 있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휴 잭맨과 패트릭 스튜어트의 연기입니다.

늙고 지친 울버린과 기억을 잃어가는 프로페서 X의 관계는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 입니다. 한때 세계 최강의 돌연변이였던 두 인물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화려한 초능력보다 훨씬 강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많은 영화 팬들이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엔딩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건>은 단순히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가 아니라 "영웅도 늙고 언젠가는 퇴장한다"는 사실을 가장 아름답고 슬프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한 편의 뛰어난 드라마와 현대 서부극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보신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17년 동안 울버린과 함께해 온 팬들에게는 감동적인 작별 인사였고, 영화 팬들에게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마스터피스 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