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2일 월요일 아침, 은행 앱에 알림이 하나 떴어요. 오늘은 Columbus Day라 송금 처리가 하루 늦어진다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같은 날 동네 공립학교 달력에는 전혀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같은 하루를 두고 이름이 둘이라니, 이 나라는 참 이런 데서 재미있어요.
사실 이번 달은 날짜 자체도 좀 특별했어요. 2026년 10월 둘째 월요일이 마침 10월 12일이었거든요.
1492년 10월 12일은 콜럼버스 일행이 카리브해의 섬에 처음 닿은 날이에요. 휴일 날짜와 실제 기념일이 딱 겹친 해였던 거죠.
이 휴일이 처음부터 월요일이었던 건 아니에요. 원래는 10월 12일 날짜 그대로 지켰어요.
1968년에 통과된 Uniform Monday Holiday Act가 1971년부터 적용되면서 둘째 월요일로 바뀌었어요. 사흘 연휴를 만들어 주자는 아주 실용적인 발상이었죠.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가 묵직해져요. 1891년 3월 뉴올리언스에서 이탈리아계 남성 11명이 감옥에 난입한 폭도에게 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 일로 이탈리아는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고, 두 나라 관계가 크게 틀어졌어요. 미국 정부는 결국 피해자 가족을 위해 이탈리아에 배상금을 지급했어요.
그 이듬해인 1892년, 벤저민 해리슨 대통령이 콜럼버스 상륙 400주년 기념을 선포했어요. 당시엔 한 번으로 끝나는 행사였어요.
정례 연방 기념일이 된 건 1937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포 때부터예요. 가톨릭 단체 Knights of Columbus가 오랫동안 이 일을 밀어붙였고요.
그러니까 Columbus Day는 차별받던 이민자 집단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과정과 붙어 있는 날이에요. 이 맥락을 빼고 보면 절반만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반대편 이름의 역사도 짚어볼게요.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은 1977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주관 회의에서 원주민 대표단이 처음 제안했어요.
이 제안이 바로 받아들여진 건 아니었어요. 상륙 500주년이던 1992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의회가 이 이름을 공식 채택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죠.
연방 차원에서 큰 변화가 온 건 2021년이에요. 바이든 대통령이 원주민의 날을 공식 선포한 첫 대통령이 됐어요.
흥미로운 건 바이든도 Columbus Day 선포문을 따로 냈다는 점이에요. 같은 날짜에 두 개의 선포문이 나란히 나온 셈이죠.
뉴욕시 공립학교는 2021학년도 달력에서 Columbus Day 대신 Italian Heritage Day/Indigenous Peoples' Day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처음엔 원주민의 날만 적었다가 반발이 나오자 이탈리아 유산의 날을 앞에 붙인 거예요.
당시 이탈리아계 단체들은 거세게 항의했어요. 일부 원주민 활동가들도 날짜를 나눠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고요. 양쪽 다 만족시키지 못한 절충안이었던 셈이에요.
그때 주지사는 Columbus Day가 뉴욕주 공휴일로 그대로 남는다고 못 박았어요. 실제로 맨해튼 5번가에서는 매년 이탈리아 국기가 물결치는 퍼레이드가 열리죠.
지금 백악관의 입장은 아주 분명해요.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에 이어 올해도 Columbus Day 선포문을 냈고, 10월 12일을 Columbus Day로 지정했어요.
2025년 선포문에는 원주민의 날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어요. 올해는 백악관 부지에 세운 콜럼버스 동상과 이탈리아계 시민들의 기여를 강조했고요.
자, 그럼 저는 어느 쪽이냐고요?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Columbus Day라는 이름을 지키는 쪽이에요.
이유는 간단해요. 역사적 인물을 오늘의 잣대 하나로 지워버리면 그 인물을 통해 자리 잡은 이민자 공동체의 기억까지 같이 지워지거든요.
콜럼버스 일행이 원주민에게 남긴 상처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건 기록으로 남은 사실이고,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봐요.
다만 그걸 바로잡는 방법이 기존 이름을 빼앗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원주민의 역사를 기리고 싶다면 11월 Native American Heritage Month를 더 크게 키우는 쪽이 훨씬 생산적이에요.
이민자로 이 나라에 온 입장에서 보면 더 와닿아요. 우리 한인들도 언젠가 이 사회에서 자기 몫의 기념일을 갖게 될 텐데, 그게 정치 바람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
그렇다고 한쪽 이야기만 하자는 건 아니에요. 저는 올해 연휴 모임에서 1891년 뉴올리언스 이야기와 1977년 제네바 이야기를 둘 다 꺼내봤어요.
다들 의외로 진지하게 듣더라고요. 이름이 둘인 이유를 알고 나니까 오히려 이 날이 더 흥미로워졌다는 반응이었어요.
여러분도 한번 이야기 꺼내 보세요. 내년 10월 둘째 월요일 달력에 어떤 이름이 적혀 있든, 그 이름 뒤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알고 쉬는 날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CaptainC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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