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쇼핑 시즌이 다가오면 결제 화면마다 "4번에 나눠 내세요, 이자 0%"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200달러짜리 물건이 50달러로 보이니 손이 쉽게 갑니다.
그런데 이 0%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제때 낸다는 전제입니다. 오늘은 그 전제가 깨졌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숫자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규모부터 보죠. Adobe 집계로 2025년 연말 시즌 온라인 BNPL 결제액은 200억 달러였습니다. 전년보다 9.8% 늘어난 사상 최고치입니다.
사이버먼데이 하루에만 10억 3천만 달러가 BNPL로 결제됐습니다. 하루 10억 달러를 넘긴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결제의 82.2%가 스마트폰에서 일어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손가락 몇 번이면 끝나니 계산할 틈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연체입니다. LendingTree가 2026년 4월 낸 보고서를 보면, BNPL 사용자의 47%가 지난 1년 사이 한 번 이상 늦게 냈다고 답했습니다.
이 비율은 2024년 34%, 2025년 41%였습니다. 2년 만에 13%포인트가 올랐으니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BNPL로 장을 봤다는 사람도 29%였습니다. 선물이 아니라 생활비를 쪼개 내는 단계까지 왔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럼 늦게 내면 무엇이 붙을까요. 첫째는 late fee입니다. 회사마다 구조가 다르니 하나씩 보겠습니다.
Klarna의 Pay in 4는 연체 시 최대 7달러의 수수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다만 총액이 구매 금액의 25%를 넘지 않는다고 안내합니다.
Afterpay는 할부 한 회당 연체료를 한 번만 매기고, 총 연체료가 처음 주문 금액의 25%를 넘지 않는 구조입니다.
25%라는 상한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0달러 주문이면 이론상 연체료만 최대 5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자 0%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죠.
Affirm은 Pay in 4에 late fee를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심하면 곤란합니다. 두 번째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credit report입니다. Affirm은 2025년 4월 이후 나간 대출을 Experian에 보고하겠다고 했고, TransUnion에도 데이터를 보내고 있습니다.
즉 수수료가 없는 대신 연체 기록이 신용 리포트에 남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달러 수수료보다 이쪽이 훨씬 무겁다고 봅니다.
FICO도 BNPL 데이터를 반영하는 FICO Score 10 BNPL 모델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기존 점수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예전에는 BNPL이 신용 기록 밖에 있는 돈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전제가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세 번째는 은행 쪽 수수료입니다. 대부분 직불카드나 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데, 잔고가 부족하면 은행이 overdraft fee를 따로 매길 수 있습니다.
BNPL 회사 연체료와 은행 수수료가 동시에 붙는 경우도 생깁니다. 연말에 여러 건을 걸어두면 결제일이 겹치기 쉬워서 더 그렇습니다.
뉴욕 주민이라면 알아둘 소식도 있습니다. 뉴욕주는 2025년 주 예산안에 BNPL 법을 넣어 BNPL 업체를 면허제로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주 금융서비스국(DFS)은 2026년 2월 23일 시행 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안에는 연체료를 원칙적으로 8달러 수준으로 묶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건 아직 제안 단계로 확인됐고, 규정은 확정 후 180일이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 최종안은 DFS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저는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장을 막자는 게 아니라, 생활비를 쪼개 내는 사람들이 수수료에 한 번 더 눌리지 않게 최소한의 선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동시에 열어두는 BNPL은 두 건까지로 정합니다.
결제일은 월급날 직후로 맞추거나, 앱마다 다른 날짜를 달력 하나에 모아 적어둡니다. 자동이체 계좌에는 마지막 회차까지의 금액을 미리 남겨둡니다.
혹시 못 낼 것 같으면 결제일 전에 앱에서 날짜 변경이 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늦게 낸 사람의 72%는 일주일 안팎의 짧은 연체였다고 하니, 미리 손쓰면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걸 지금 카드로 일시불 결제할 돈이 통장에 있는가.
그 질문에 바로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만 BNPL은 정말 이자 0%가 됩니다. 연말 기분에 휩쓸리지 말고, 내년 1월의 나를 한 번 생각해 보시죠.

KTV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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