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은 왜 신발을 신고 들어갈까, 그 역사적 이유 - Demarest - 1

몇 년 전 미국인 친구 집들이에 처음 초대받았을 때 겪은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발 끈부터 풀려던 손이 순간 멈칫했다.

다들 신발을 신은 채로 아무렇지 않게 거실 소파에 앉고, 새로 깐 것 같은 흰색 러그 위까지 그대로 밟고 지나다녔다.

한국이었다면 어른들한테 등짝을 맞을 그림이라, 속으로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며 그 장면을 다시 확인했다.

왜 이렇게 다른 걸까, 단순히 위생 관념 차이로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아서 나중에 이것저것 찾아본 적이 있다.

찾아보니 답은 결국 집의 구조와 오래된 생활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데서 시작되는 문제였다.

한국이나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닥에 앉고 눕고 잠까지 자는 생활을 해왔다. 밥상도 바닥에 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는 식이었으니 바닥과 몸이 늘 붙어 있었던 셈이다.

온돌이든 다다미든, 바닥 자체가 곧 생활공간이자 잠자리였던 셈이라 청결의 기준도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바닥이 더러우면 몸에 직접 닿는 문제라, 신발을 벗는 게 예의라기보다 생존에 가까운 습관이었던 거다.

반면 서양은 오래전부터 의자와 침대, 식탁 위주로 생활해왔다. 몸이 바닥에서 한참 떨어진 높이에 머무르는 구조였던 셈이다.

바닥은 그냥 지나다니는 통로였지, 사람이 직접 앉거나 눕는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신발을 신은 채 다녀도 딱히 몸에 불편함을 못 느꼈고, 그 습관이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거라고 본다.

여기까지가 오래된 역사적 배경이라면, 실제 최근 여론조사 수치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2023년 CBS 뉴스와 유고브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63%의 미국인이 집에 돌아오면 규칙적으로 신발을 벗는다고 답했다. 절반을 훌쩍 넘는 숫자라 통념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숫자라, 나도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살짝 놀랐고 한참을 다시 들여다봤다.

그런데 정작 손님에게도 신발을 벗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은 24%에 그쳤다.

본인은 벗어도 남에게 강요하진 않는다는 뜻인데, 이 지점이 꽤 미국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세대별 차이는 더 흥미로웠다. 65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단 7%만 손님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45세에서 64세 사이는 13%였고, 18세에서 29세 젊은 층에서는 이 비율이 44%까지 올라갔다.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거의 여섯 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셈이니, 이건 개인 취향을 넘어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보였다. 위생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일수록 집을 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아닐까 싶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18년 유고브 조사를 보면 당시엔 '항상' 신발을 벗는다는 응답이 31%에 불과했다.

다만 '가끔이라도' 벗는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87%나 됐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그러니까 미국인은 무조건 신발을 신고 산다는 이미지는 실제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는 셈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만 보고 굳어진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왜 이걸 예의나 규칙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남의 집이라도 내가 편한 대로 하겠다는 태도가 실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감각인데, 이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뿌리가 다른 거라고 본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반대 상황도 제법 재미있다. 한인 커뮤니티 모임에서 미국인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면, 신발을 벗어달라는 말 한마디에 살짝 당황하는 얼굴을 여러 번 봤다.

몇몇은 양말에 구멍이 났다며 민망해했고, 몇몇은 발이 시리다고 웃으며 도로 신발을 찾아 신기도 했다.

반대로 한국 사람이 미국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무의식중에 현관에서 신발부터 벗고 멀뚱히 서 있어서, 서로 머쓱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이럴 땐 차라리 손님용 실내화를 몇 켤레 현관에 놓아두면 양쪽 다 애매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에서도 카펫 대신 원목이나 타일 바닥을 쓰는 집이 늘고, 위생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신발을 벗는 집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본 젊은 세대 44%라는 숫자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집 안에서만큼은 신발을 벗는 쪽이 훨씬 편하고, 바닥에 뭘 흘려도 덜 찝찝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하루 종일 신고 다닌 신발을 벗는 순간 그 자체가 일종의 휴식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문화에 정답은 없지만, 그 배경을 알고 나면 서로의 집 문턱을 넘을 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다음에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는다면, 신발부터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