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기 물때 한 번 빼면 가스비가 줄어드는 이유 - El Paso - 1

지난달 어느 밤에 샤워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차고 쪽에서 "따닥따닥"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냄비에 물 끓을 때 바닥에서 튀는 소리 같은 거요. 처음엔 집이 오래돼서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온수기 바닥에 쌓인 물때가 범인이었어요.

그 김에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가스비랑도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늘은 온수기 물때를 빼면 왜 가스를 덜 쓰게 되는지, 제가 확인한 것만 정리해 볼게요. 과장 없이, 딱 확인된 만큼만요.

먼저 물때가 어디서 오느냐부터요. 수돗물에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녹아 있어요. 물을 데우면 이 미네랄이 분리돼서 탱크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문제는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 매일 물을 데우니까 매일 조금씩 쌓이고, 몇 년 지나면 바닥에 꽤 두꺼운 층이 생겨요. 물이 센 동네일수록 속도가 빠르고요.

가스 온수기는 탱크 맨 아래에 버너가 있어요. 버너 불꽃이 탱크 바닥을 달구고, 그 열이 위에 있는 물로 전해지는 구조예요. 그러니까 바닥 상태가 곧 효율이라고 보면 돼요.

그런데 그 바닥에 물때가 깔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 침전물 층이 버너와 물 사이에서 단열재처럼 작동해요. 열이 물까지 바로 못 가고 중간에서 막히는 거예요.

결과는 단순해요. 같은 온도까지 데우려면 버너가 더 오래 켜져 있어야 하고, 그만큼 가스를 더 태우게 돼요. 가스비 고지서에 찍히는 숫자가 여기서 조금씩 새는 셈이죠.

제가 들은 그 따닥 소리도 같은 원리래요. 침전물 밑에 갇힌 물이 데워지면서 터지는 소리라고 하더라고요. 소리가 난다는 건 이미 꽤 쌓였다는 신호로 보는 게 맞아요.

인터넷에 보면 물때 때문에 효율이 몇십 퍼센트 떨어진다는 글이 많은데요. 찾아보니 출처마다 숫자가 제각각이고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숫자는 빼고 원리만 믿기로 했어요.

그래도 온수기가 집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몫은 무시 못 해요. 메릴랜드 주 주택국 자료는 연방 에너지부를 인용해서 온수가 가정 유틸리티 비용의 18퍼센트라고 소개해요. 생각보다 크죠?

그럼 얼마나 자주 빼야 하느냐. 이것도 의견이 갈려요. 오리건의 에너지 절약 단체 Energy Trust는 대부분의 배관공이 1년에 한 번 이상 빼고 헹구라고 권한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시는 6개월마다 물을 1~2갤런 정도만 양동이나 호스로 빼라고 안내해요. 미네소타 블레인 시는 모델과 수질에 따라 1~3년마다라고 하고요. 결국 우리 집 물이 얼마나 센지가 기준이에요.

우리 동네 물 경도가 궁금하면 수도국이 매년 내는 수질 보고서를 보면 돼요. 영어로 Consumer Confidence Report라고 하는데, 여기에 경도 수치가 나와요. 업체 광고 페이지 숫자는 들쭉날쭉해서 저는 안 믿어요.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블레인 시 안내를 기준으로 순서대로 적어볼게요. 가스 온수기는 먼저 가스 밸브를 끄거나 파일럿 모드로 돌려요.

그다음 탱크로 들어가는 찬물 밸브를 잠가요. 바닥에 있는 배수 밸브에 정원 호스를 연결하고, 반대쪽 끝은 뜨거운 물이 나와도 괜찮은 곳에 둬요.

온수 쪽 수도꼭지나 압력 밸브를 열어서 공기가 들어가게 하고, 배수 밸브를 열어요. 탱크가 다 빌 때까지 기다리면 처음엔 뿌연 물이랑 하얀 알갱이가 섞여 나와요. 저는 그거 보고 좀 놀랐어요.

다 빠지면 찬물 밸브를 잠깐 열었다 닫으면서 바닥을 몇 번 헹궈줘요. 물이 맑아지면 배수 밸브를 닫고 호스를 빼요. 탱크에 물을 다 채운 다음에 가스를 다시 켜는 게 순서예요.

여기서 꼭 조심할 게 있어요. 방금 끈 온수기 물은 정말 뜨거워요. 저는 몇 시간 미리 가스를 꺼두고 물이 좀 식은 다음에 했어요.

또 하나 의외였던 건 뉴저지 주 보건부 자료예요. 50세 이상이거나 흡연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배수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말라고 권해요. 물이 튀면서 생기는 미세한 물방울로 세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예요.

그리고 오래 안 뺀 온수기는 배수 밸브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해요. 애너하임 시도 정기적으로 안 하면 침전물 때문에 밸브가 제대로 안 닫힐 수 있다고 경고해요. 10년 넘게 손 안 댄 탱크라면 저는 그냥 배관공을 부르겠어요.

무엇보다 자기 온수기 설명서를 먼저 확인하는 게 맞아요. 제조사마다 순서나 주의점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설명서가 없으면 옆면 스티커의 모델 번호로 검색하면 대부분 나와요.

물때 빼는 김에 같이 하면 좋은 게 온도 설정이에요. 연방 에너지부는 온수기 온도를 화씨 120도로 맞추라고 권해요. 대부분 집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메릴랜드 주 자료에 따르면 온도를 10도 내릴 때마다 온수 비용이 최대 5퍼센트까지 줄 수 있대요. 공장 출고 설정이 더 높게 돼 있는 경우도 있으니 한 번 확인해 볼 만해요.

다만 다이얼 표시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온수기에서 제일 먼 수도꼭지에서 온도계로 재보라는 조언이 있더라고요. 저도 부엌 싱크대에서 재보고 다이얼을 살짝 내렸어요.

솔직히 저는 이걸 집 산 뒤로 한 번도 안 했었어요. 온수기는 그냥 차고 구석에 있는 물건이었지 관리 대상이라는 생각이 없었거든요. 조금 반성했어요.

해보고 나니 그 따닥 소리가 거의 사라졌어요. 가스비가 정확히 얼마 줄었는지는 아직 한 번밖에 고지서를 못 받아서 말하기 이르고요. 다음 겨울 고지서 나오면 작년이랑 비교해 볼 생각이에요.

제 결론은 이래요. 물이 센 동네라면 1년에 한 번은 꼭 빼주고, 온도는 120도로 맞추는 것.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반나절이면 끝나요.

혹시 온수기에서 소리가 나거나 온수가 예전보다 빨리 식는다면 이번 주말에 한번 들여다보세요. 따끈한 타코 한 접시 사 먹을 돈이라도 아끼면 그게 어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