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스에 오래 살다 보면 오히려 관광지를 더 안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여기저기 구경 다녀야지 해놓고, 막상 살다 보면 마트 가고 아이들 챙기고 일하다가 몇 년이 훌쩍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다른 주에서 친구나 친척이 놀러 오면 그제야 "달라스에서 어디를 보여줘야 하나?" 하고 찾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딜리 플라자(Dealey Plaza)와 식스 플로어 뮤지엄(The Sixth Floor Museum)입니다.
여기는 그냥 관광지가 아니라 미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에요.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동차 퍼레이드 도중 총격을 받은 장소가 바로 딜리 플라자입니다.
당시 리 하비 오스월드가 총을 쏜 장소로 지목된 옛 텍사스 교과서 창고 건물이 지금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물 6층에 올라가면 당시 사건이 어떤 순서로 벌어졌는지 사진과 영상,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요. 밖으로 나오면 대통령 차량이 지나갔던 엘름 스트리트도 그대로 보입니다. 역사책에서 읽었던 사건의 현장에 직접 서 있다는 느낌 때문에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달라스다운 멋진 풍경을 보고 싶다면 리유니언 타워(Reunion Tower)도 빠질 수 없어요. 높이가 약 171미터인데 꼭대기에 커다란 공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달라스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건물이에요.
전망대에 올라가면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달라스가 얼마나 넓게 펼쳐져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특히 해 질 무렵에 올라가면 낮 풍경과 야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달라스에 처음 놀러 온 손님 데리고 가기에도 괜찮은 곳이에요.
아이들과 함께라면 저는 페롯 자연과학 박물관(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을 추천하고 싶어요. 건물부터 참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2012년에 문을 열었는데 공룡, 우주, 지구, 에너지, 광물, 인체 등 전시 분야가 다양해서 아이들만 좋아하는 박물관이 아닙니다.

공룡 뼈만 몇 개 세워놓은 옛날식 자연사 박물관을 생각하면 안 돼요. 직접 만지고 움직여보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많아서 가족 단위로 가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날씨가 너무 더운 달라스 여름에 아이들과 갈 곳을 찾을 때도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예술 좋아하는 분이라면 달라스 미술관(Dallas Museum of Art)도 가볼 만합니다. 달라스 아트 디스트릭트 중심에 있어서 주변 구경까지 함께 하기 좋아요. 고대 미술품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품, 유럽 회화, 미국 현대미술까지 컬렉션의 폭이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일반 소장품 관람은 무료라서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물론 특별전은 별도의 티켓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두 시간 천천히 둘러보고 나오기 좋습니다.
미술관을 보고 시간이 남으면 가까운 클라이드 워렌 파크(Klyde Warren Park)에도 들러보세요. 재미있는 게 이 공원은 고속도로 위를 덮어서 만든 도심 공원입니다. 주변에는 고층건물이 있고 아래로는 자동차가 다니는데 그 위에는 잔디밭과 나무가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푸드트럭이 들어오는 날도 있고 각종 행사도 열려서 달라스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구경하기 좋습니다.
조금 색다른 분위기를 원한다면 딥 엘럼(Deep Ellum)이 있습니다. 여기는 달라스의 음악과 거리 예술 문화를 대표하는 동네예요. 건물 벽마다 독특한 벽화가 있고 라이브 음악 공연장, 바, 식당이 몰려 있습니다.
딥 엘럼은 낮과 밤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요. 낮에는 벽화 구경하면서 사진 찍고 식사하기 좋고, 밤에는 공연장과 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훨씬 활기찬 동네로 변합니다. 다만 밤늦게 방문한다면 어느 대도시 유흥가와 마찬가지로 주변 상황과 주차 장소를 잘 살피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달라스에 처음 오는 분들이 의외로 놀라는 것이 도시 규모입니다. 관광 명소 하나 보고 걸어서 다음 장소로 가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를 생각하면 안 돼요. 달라스는 차로 움직이는 도시라서 하루 동선을 미리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분명합니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미국 현대사의 현장부터 세계적인 미술관과 과학박물관, 전망대, 공원, 음악거리까지 생각보다 볼거리가 다양해요.
달라스에 몇 년 살았는데도 딜리 플라자 한 번 안 가봤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 이해해요. 가까이 있으니까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번 날 잡아서 돌아보면 "내가 사는 도시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이번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멀리 여행 갈 생각만 하지 말고 달라스부터 한번 구경해 보세요.

Fruity Pebble
silver84
urbanforesttraveler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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