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건에 온 손님이 생기면 저는 꼭 한 번 물어봅니다. 이 도시 이름이 동전 한 닢으로 정해졌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대부분은 웃고 맙니다. 그런데 이건 농담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아 있는 실제 이야기예요. 하마터면 이 도시는 포틀랜드가 아니라 보스턴이 될 뻔했습니다.
시간을 1840년대 초로 돌려 보겠습니다. 지금의 다운타운 강가 자리는 그때 그냥 The Clearing, 말 그대로 숲 사이의 빈터라고 불렸어요.
사람들이 오리건 시티와 포트 밴쿠버 사이를 오가다 잠깐 쉬어 가는 곳이었죠. 이름도 없는 땅이었던 셈입니다.
1843년, 이 빈터에 눈독을 들인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빈털터리 떠돌이로 알려진 윌리엄 오버튼과 보스턴에서 온 변호사 에이사 러브조이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오버튼이 땅 신청 수수료 25센트가 없어서 러브조이에게 절반을 넘겼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640에이커짜리 클레임을 당시 임시정부에 함께 올렸어요.
25센트 때문에 도시 절반을 넘겼다니,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좀 허탈했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전설에 가깝다는 평이 있으니 그 정도로 들으시면 됩니다.
오버튼은 오래 버티지 않았습니다. 1844년 윌래밋강 홍수를 겪고 나서 자기 몫을 메인주 출신 상인 프랜시스 페티그로브에게 50달러어치 물건을 받고 팔아 버렸어요.
이렇게 해서 땅 주인은 보스턴 사람 러브조이와 메인주 포틀랜드 사람 페티그로브가 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예요.
두 사람 다 새 마을에 자기 고향 이름을 붙이고 싶어 했습니다. 한쪽은 보스턴, 한쪽은 포틀랜드. 둘 다 물러설 생각이 없었죠.
그래서 1845년, 두 사람은 동전 던지기로 결판을 내기로 합니다. 삼세판, 영어로 best two out of three였어요.
러브조이가 이기면 보스턴, 페티그로브가 이기면 포틀랜드. 결과는 다들 아시는 대로 페티그로브가 두 번을 먼저 따냈습니다.
페티그로브는 메인주 포틀랜드 출신이었으니, 말하자면 고향 이름을 서부로 그대로 옮겨 심은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에는 동쪽 포틀랜드와 서쪽 포틀랜드가 나란히 있어요.
장소는 오리건 시티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드슨스베이 컴퍼니 무역관 프랜시스 어매팅거의 집에서 던졌다는 게 많은 역사학자의 의견이에요.
다만 당시 기록이 확실하게 남은 건 아니라서, 다른 판사 집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애매함이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서 좋더라고요.
그 동전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1835년에 찍은 1센트 구리 동전이고, 사람들은 이걸 Portland Penny라고 부릅니다.
동전이 어떻게 보관돼 왔는지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확실한 건 지금 다운타운 사우스 파크 블록스에 있는 오리건 역사학회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는 점이에요.
포틀랜드라는 이름의 마을은 그 뒤 빠르게 커졌고, 1851년에 정식으로 시가 됩니다. 동전 던진 지 6년 만이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름이라는 게 참 우연이구나 싶습니다. 동전이 반대로 떨어졌다면 우리는 지금 동부 보스턴과 서부 보스턴을 구분하느라 매번 설명을 붙이고 있었겠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이야기에서 제가 더 오래 붙잡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25센트가 없어서 밀려났다는 오버튼이에요.
역사는 이긴 사람 이름을 남깁니다. 노스웨스트 쪽에 러브조이, 페티그로브, 오버튼 거리가 나란히 있긴 하지만, 오버튼의 사연이나 원래 이 강가에 살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한참 뒤로 밀려나 있었어요.
저는 그게 좀 불편합니다. 동전 던지기 일화를 재밌게 즐기는 건 좋지만, 그 땅이 처음부터 빈 땅은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같이 기억했으면 해요.
이제 실전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동전을 직접 보고 싶으시면 오리건 역사학회 박물관부터 가시면 됩니다.
박물관은 포틀랜드 아트 뮤지엄 바로 건너편이라서, 두 곳을 하루에 묶어 돌기 좋습니다. 관람 시간과 입장료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꼭 확인하세요.
시간이 좀 더 있다면 차로 남쪽 오리건 시티까지 내려가 보시길 권합니다. 어매팅거 하우스는 복원을 거쳐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어요.
그 집은 원래 자리에서 옮겨진 건물이라는 점도 알아 두시면 재밌습니다. 거실 한쪽에서 두 남자가 동전을 던지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갈 만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신다면 출발 전에 동전 하나 쥐여 주고 삼세판 해 보세요. 이긴 사람이 점심 메뉴 정하기, 이런 식으로요. 역사 공부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라면 오전엔 다운타운 박물관, 오후엔 오리건 시티 코스로 잡겠습니다. 동전 한 닢에서 시작된 도시를 하루 만에 한 바퀴 도는 셈이죠.
다음에 누가 포틀랜드는 왜 포틀랜드냐고 물으면, 이제 자신 있게 답해 주세요. 운이 좋았던 메인주 사람 덕분이고, 그 뒤엔 25센트가 없던 사람도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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