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에 살다 토네이도 경보(Tornado Warning) 처음 듣게되면 한국사람 치고 안 놀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낮엔 맑은 날인데 오후가 되면 갑자기 하늘이 누렇게 물들고 공기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죠. 그럴 때 휴대폰에서 Tornado Warning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달라스의 토네이도 시즌은 보통 3월부터 6월 사이 그중에서도 4월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고 바람이 갑자기 강해지면 집 안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바람이 머리위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고, 먼 하늘에서 천둥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면 대비를 슬슬해야 할 때입니다.

TV나 라디오에서는 기상청 경보가 반복되고 휴대폰엔 긴급 문자 알림이 뜹니다. "달라스 카운티에 토네이도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처음 달라스에 왔을 때는 경보가 울릴 때마다 허둥지둥했습니다. 창문을 모두 닫고 욕실로 들어가 뉴스만 들었습니다. 머리 위에서 차원이 다른(?)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리면 정말 토네이도 위력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토네이도는 도시 중심을 빗겨 지나갑니다. 달라스는 넓은 평원 지대라 바람의 방향이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제 피해가 나는 곳은 외곽 지역이 많은 편입니다.

2022년 5월인가 갑자기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뉴스에서는 "달라스 북쪽 리처드슨(Richardson) 지역에 토네이도 터치다운(touchdown)이 감지됐다"고 했죠. 그날은 바람이 유난히 세서, 창문이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바로 화장실로 피신해서 이불과 손전등, 라디오를 챙겼습니다. 다행히 토네이도는 우리 동네를 살짝 비껴갔고 다음 날 뉴스에서 보니 인근 지역 몇몇 건물의 지붕이 날아갔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경보가 울려도 예전만큼 당황하진 않습니다. 달라스 주민이라면 누구나 '토네이도 대비 매뉴얼' 같은 걸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비상용 손전등, 라디오, 생수, 간단한 식량, 그리고 담요를 미리 준비해 두고, 경보가 울리면 창문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죠. 대부분 욕실이나 지하실, 혹은 계단 밑 공간을 대피소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절대 창문 근처에서 밖을 구경하지 않는 겁니다. 사진 찍으려다 다치는 경우도 실제로 꽤 많거든요.

토네이도 경보가 끝나고 나면 하늘이 놀라울 만큼 맑아집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의 달라스 하늘은, 마치 세상이 새로 씻긴 듯 투명합니다. 무지개가 걸릴 때도 있고,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평화로워집니다. 이게 바로 달라스의 날씨가 가진 극적인 매력 같아요.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토네이도 경보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라 '일상의 경고음'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여전히 조심스럽고 긴장되지만, 그만큼 자연을 존중하게 되고 대비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