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팟럭에 가면 이런 장면이 꼭 나옵니다. 식탁 위에 잡채가 세 판인데 샐러드는 없고, 다들 접시를 들고 멋쩍게 웃어요.
음식은 남아도는데 돈은 돈대로 나갔고요. 그래서 저는 팟럭의 성패가 요리 솜씨보다 규칙에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숫자부터 볼까요. 미국 농업인연맹(AFBF)의 2025년 조사에서 10인분 추수감사절 기본 상차림은 전국 평균 55달러 18센트였어요.
동북부는 60달러 82센트로 평균보다 비쌌습니다. 햄과 감자, 그린빈을 더한 확장 메뉴로 가면 동북부는 82달러 97센트까지 올라가요.
올해 조사 결과는 제가 찾아본 시점까지 나오지 않아서 작년 수치로 말씀드립니다. 게다가 술과 일회용품은 빠진 금액이라, 실제 영수증은 더 길어지지요.
그럼 정말 반으로 줄어들까요? 작년 전국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답이 보입니다.
주최자가 칠면조만 맡으면 16파운드 한 마리 평균 가격인 21달러 50센트만 내면 됩니다. 전체의 39%예요.
칠면조는 작년에 파운드당 1달러 34센트로 1년 전보다 16.3% 내렸어요. 올해 값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니, 동네 마트 전단지를 직접 비교해 보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남은 33달러 68센트를 네 집이 나누면 한 집에 8달러 42센트입니다. 주최자 부담은 반 이상 줄어드는 셈이에요.
다만 여기서 솔직해져야 해요. 이건 비용을 나눈 것이지, 전체 비용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모두가 "넉넉히" 해 오면 전체 금액은 오히려 혼자 차릴 때보다 불어납니다. 진짜 절약은 그 넉넉함을 규칙으로 막을 때 생겨요.
첫 번째 규칙은 인원 마감입니다. 파티 일주일 전까지 몇 명이 오는지 답을 받으세요.
올해 추수감사절은 11월 26일이니 지금부터 18일 남았어요. 초대 문자는 이번 주에 보내도 이르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메뉴 대신 칸을 나눠 주는 겁니다. 전채, 사이드, 디저트, 음료처럼요.
구글 시트든 단체 카톡이든 상관없어요. 누가 어느 칸을 맡았는지 모두 볼 수 있으면 잡채 세 판은 막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분량입니다. 한 팟럭 안내서는 3~4명당 한 접시를 기준으로 잡더군요.
그러니 10명이면 집집마다 10인분을 해 올 필요가 전혀 없어요. "한 접시 4인분이면 충분해요"라고 미리 적어 두는 게 제일 큰 절약입니다.
네 번째는 예산 상한이에요. 나라면 "한 집 20달러 넘기지 않기"처럼 금액을 초대 문자에 그냥 적겠습니다.
돈 얘기를 꺼내기 민망하다고요? 저는 오히려 그 한 줄이 손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고 봐요. 누가 더 잘 차려 왔나 눈치 볼 일이 없어지니까요.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꼭 적어 주세요. 마트 샐러드 한 통, 제과점 파이 한 판도 당당한 한 칸이에요. 그래야 한 번 쓰고 말 재료를 새로 사들이는 일이 줄어듭니다.
다섯 번째는 소고기 조심입니다. 8월 기준 소고기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5.9% 올랐고, USDA는 올해 전체로 9.4% 상승을 전망했어요.
9월에 한 달 1.0% 내리긴 했지만, 갈비를 메인으로 잡으면 예산이 먼저 무너집니다. 저라면 메인은 칠면조나 돼지고기로 가고 갈비는 내년으로 미루겠어요.
여섯 번째는 요리 안 하는 칸을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음료, 얼음, 접시, 냅킨도 엄연한 한 칸이에요.
바쁜 사람은 그쪽으로 빠지면 되고, 주최자는 일회용품값을 아낍니다. 술은 각자 마실 만큼 가져오기로 정하면 영수증이 확 줄어요.
일곱 번째는 말조심입니다. 미국 동료가 섞인 자리에서 "한국분이니 김치 부탁해요" 같은 배정은 안 하는 게 좋아요. 뭘 가져올지는 본인이 고르게 두세요.
여덟 번째는 오븐 순서입니다. 집 오븐은 하나뿐이니 데워서 오거나 상온으로 먹는 음식을 부탁하는 게 서로 편해요.
주최자 혼자 다 떠안지 않는 것도 규칙에 넣으세요. 먼저 와서 상 차리는 사람, 끝나고 설거지 돕는 사람을 정해 두면 돈은 아니어도 다음 날 체력이 남아요. 그래야 내년에도 또 모일 마음이 생기거든요.
마지막은 안전과 남은 음식이에요. USDA 식품안전국은 상하기 쉬운 음식은 상에 2시간 넘게 두지 말고, 남은 음식은 4일 안에 먹거나 얼리라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저는 "빈 용기 하나씩 챙겨 오세요"까지 규칙에 넣고 싶어요. 나눠 가면 버리는 음식도, 다음 날 장 볼 돈도 함께 줄어드니까요.
혹시 그냥 식당에서 모이는 게 낫지 않냐는 분도 계시겠지요. 9월 물가 통계를 보면 외식은 1년 새 3.5% 올랐고, 식료품은 1.8% 올랐어요.
저는 그 차이보다도 시간 때문에 집을 택합니다. 식당은 다음 팀이 기다리지만, 집 식탁에서는 아무도 일어나라고 하지 않잖아요.
규칙이 많아 보여도 초대 문자 석 줄이면 끝나요. 몇 명, 무슨 칸, 얼마까지. 올해는 이 석 줄부터 보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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