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세금 봉사 AARP Tax-Aide, 경험 없어도 시작하는 법 - Savoy - 1

은퇴하면 뭘 하겠느냐고 물으면 골프부터 꺼내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골프를 좋아하지만, 일주일 내내 필드만 나가는 생활은 생각보다 빨리 물립니다.

사람은 아직 쓸모가 있다는 느낌이 있어야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 사업을 오래 해보니 그 느낌은 통장보다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때 나오더군요.

그래서 권하고 싶은 봉사가 AARP Foundation의 Tax-Aide입니다. 세금 신고가 막막한 이웃의 서류를 무료로 봐주는 프로그램이지요.

규모는 생각보다 큽니다. 1968년에 시작했고, AARP가 올해 9월에 낸 안내를 보면 2026년 시즌에만 3만 명 넘는 봉사자가 180만 명 넘는 납세자를 도왔습니다.

그렇게 찾아준 환급과 크레딧이 18억 달러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웃끼리 모여 이 정도를 해낸다는 게 저는 참 마음에 듭니다. 정부만 쳐다볼 일이 아니라는 얘기니까요.

제일 먼저 나오는 질문은 회계사도 아닌데 되겠느냐는 것입니다. 됩니다. AARP는 경험이 없어도 교육과 IRS 인증을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AARP 회원이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회원이 아니어도 봉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역할입니다. 모두가 신고서를 직접 만드는 건 아니니, 자기 성격에 맞는 자리를 고르면 됩니다.

신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Tax Counselor입니다. 납세자와 마주 앉아 빠뜨린 공제나 환급이 없는지 찾아줍니다.

숫자가 부담스러우면 Client Facilitator가 있습니다. 찾아온 분을 맞이하고, 서류를 정리하고, 절차를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컴퓨터에 밝다면 Technology Coordinator가 맞습니다. 장비를 관리하고 납세자 정보를 지키는 일입니다.

사람을 관리해 본 분이라면 Leadership 쪽 일도 있습니다. 봉사자를 관리하고 품질을 챙기는 역할인데, 사업하던 사람에게 잘 맞는 일입니다.

한인에게 눈에 띄는 자리는 Bilingual Interpreter입니다. AARP도 모든 역할에서 이중언어 수요가 크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영어 서류 앞에서 굳어버린 한인 어르신 곁에 한국어로 설명해 줄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민 1세가 가장 값지게 쓸 수 있는 재주가 바로 이것입니다.

시간은 얼마나 들까요. AARP 안내 기준으로 Tax Counselor는 9월부터 1월 사이에 20시간 교육을 받고, 시즌 중에는 일주일에 최소 4시간을 내야 합니다.

올해는 2월 초에 문을 열어 4월 15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일 년 내내 묶이는 일이 아니고, 골프 시즌과도 크게 겹치지 않습니다.

시험 얘기도 해야겠지요. 모든 봉사자는 IRS의 Volunteer Standards of Conduct, 쉽게 말해 윤리 교육을 마치고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신고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하는 사람은 최소 Basic 세법 인증이 더 필요합니다. 합격선은 시험마다 80%이고, 2025년 9월에 갱신된 IRS 안내 기준입니다.

IRS가 권하는 방법은 온라인 과정인 Link & Learn Taxes입니다. 자동 채점에 틀린 문제 설명까지 나오니, 나이 들어 하는 공부로는 그만입니다.

한 번 따면 끝이 아닙니다. 봉사자는 매년 다시 교육받고 인증을 받습니다.

인증받은 수준의 신고서만 다룰 수 있다는 규칙도 있습니다. 번거롭다는 분도 있겠지만, 남의 돈 문제에는 이 정도 깐깐함이 맞다고 봅니다.

세법 공부가 내 일에 바로 쓸모 있기도 합니다. 지난 시즌 AARP 일리노이 안내가 강조한 65세 이상 공제만 해도 개인 최대 6,000달러, 부부 합산 최대 12,000달러입니다.

다만 봉사 교육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내 은퇴 소득까지 단정하지는 마십시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니 세무사 같은 전문가와 확인하는 게 후회가 없습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AARP의 Tax-Aide 봉사 페이지(aarp.org/volunteer/programs/tax-aide)에서 봉사 신청서나 관심 신청서를 내면 됩니다.

지금 내도 늦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교육 일정은 지역마다 달라서, 뉴햄프셔는 10월 시작으로 잡았고 하와이는 12월이나 1월 수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리노이 Champaign County의 경우, 올해 1월 News-Gazette 지역 소식란에 AARP 세금 프로그램의 facilitator 모집과 1월 22일 Champaign Public Library 교육 안내가 실렸습니다.

다음 시즌 일정은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 납세자 예약을 받던 Family Service의 Stevick Senior Center(217-359-6500)나 AARP 페이지로 물어보시는 게 빠릅니다. 신원 조회 같은 조건을 붙이는 곳도 있으니 함께 확인하십시오.

저라면 첫해는 Facilitator나 통역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현장 돌아가는 모습을 한 시즌 지켜본 뒤 다음 해에 Counselor 시험을 봐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이민 초기에 세금 서류 앞에서 막막했던 기억은 다들 있을 겁니다. 그때 누가 한 시간만 앉아 봐줬으면 싶었던 그 자리에 이제 우리가 앉을 차례입니다.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이지 쓸모를 그만두는 것이 아닙니다. 올겨울 골프채를 세워두는 동안 신청서부터 한 장 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