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애난데일 한인 식당에서 옆 테이블 어르신들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됐어요. "애들 다 컸고, 이제 한국 가서 살까 봐." 한 분이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분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요즘 이 얘기, 정말 자주 들어요. 교회 친교실에서도, 마트 계산대 줄에서도요.
그래서 오늘은 역이민, 그러니까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고민을 조금 차분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감상만 늘어놓기보다는 실제로 따져봐야 할 것들 위주로요.
먼저 숫자부터 볼게요. 한국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국제인구이동통계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에 90일 넘게 한국에 머문 미국 국적 입국자는 22,686명이었습니다.
이 중 재외동포(F-4) 비자로 들어간 사람이 네 명 중 한 명꼴이었다고 해요. 미국 시민권을 가진 한인들이 한국에 장기로 머무는 흐름이 꾸준하다는 얘기죠.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한 기사도 눈에 띄었어요. 기초연금을 받는 복수국적 노인이 2014년 1,047명에서 2023년 5,699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 숫자 보고 좀 놀랐어요. 열 해도 안 돼서 다섯 배가 넘게 늘었으니까요. 돌아가는 분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럼 왜 돌아가고 싶어질까요? 제가 주변에서 들은 이유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첫째는 말이에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병원이나 관공서에서 영어로 설명 듣는 건 나이 들수록 부담이 커지거든요.
둘째는 의료비입니다. 미국에서 아파 본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청구서 한 장에 마음이 철렁하는 그 기분이요.
셋째는 외로움이에요. 자녀들은 각자 다른 주로 흩어지고,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 한국에는 아직 형제자매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체크할 게 많습니다. 하나씩 볼게요.
국적 문제부터요. 한국 국적법상 만 65세 이후 영주귀국해 국적을 회복하는 경우에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고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어요.
대신 한국 안에서는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신청은 재외공관이 아니라 한국 안에서 해야 한다고 외교부 공관 안내에 나와 있어요.
65세 전이라면 보통 F-4 비자로 장기 체류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요.
다음은 소셜시큐리티예요. 한미 사회보장협정은 2001년 4월 1일부터 시행됐고, 미국 연금은 미국이, 한국 연금은 한국이 각자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미국 시민권자라면 한국에 살아도 소셜시큐리티를 계속 받을 수 있어요. 이 부분은 다행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짜 고민은 메디케어예요. 메디케어는 원칙적으로 미국 밖에서 받은 진료를 거의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Part B를 끊었다가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오면 문제가 생겨요. 가입할 수 있었는데 안 한 12개월마다 보험료가 10%씩 평생 붙는 페널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에 살면서도 Part B 보험료를 계속 낼지, 아예 미국으로 안 돌아올 각오로 끊을지 결정해야 하는 거죠. 이게 생각보다 큰 돈이고, 생각보다 큰 결정이에요. 자녀가 미국에 있다면 더더욱 쉽게 끊기 어렵습니다.
한국 건강보험도 바로 되는 게 아닙니다. 2019년 7월부터 재외국민과 외국인은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물러야 지역가입자로 당연 가입되는 구조로 바뀌었어요.
도착하자마자 병원 갈 일이 생기면 그 사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도 미리 생각해 두셔야 합니다. 여행자 보험이나 해외 거주자용 보험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마음의 문제예요.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은 떠나올 때의 한국이잖아요.
몇 년 전 한국에서 한 달 지내다 왔는데,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 서 있었어요. 모국인데 낯설다는 느낌, 그거 은근히 서럽더라고요.
친척들과의 거리도 마찬가지예요. 명절에 잠깐 만나는 것과 매일 가까이 사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하고 싶어요. 바로 집 팔고 짐 싸지 말고, 먼저 한국에서 석 달에서 여섯 달 정도 살아 보는 trial run을 해 보시라고요.
그 기간 동안 병원도 가 보고, 은행 일도 직접 보고, 겨울도 한 번 나 보세요. 그러고 나서 결정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세금, 연금, 보험은 개인 상황에 따라 정말 달라요. 결정하기 전에 세무사나 이민 전문 변호사, 그리고 SSA 상담을 꼭 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 들어서 어디에 살든 공공 의료와 돌봄 시스템이 든든하게 받쳐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있어야 이런 선택도 덜 두렵게 할 수 있으니까요.
떠나든 남든 정답은 없어요. 다만 충분히 알아보고 내린 선택이라면 어느 쪽이든 후회는 훨씬 적을 거라고 믿습니다.

테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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