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베네핏 선택 안내 메일이 오면 대부분 제목만 보고 넘깁니다. 작년 플랜 그대로 두면 알아서 이어지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죠.
그런데 이 몇 분짜리 클릭이 내년 한 해 동안 매달 월급에서 빠지는 돈과 병원비를 정해 버립니다. 오픈 엔롤먼트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직장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1년에 한 번만 바꿀 수 있습니다. 결혼, 출산, 다른 보험 상실 같은 큰 생활 변화가 없으면 중간에 플랜을 갈아탈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고른 플랜이 맞지 않아도 내년 이맘때까지 그대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잘못 고르면 1년 내내 손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죠.
올해는 특히 그냥 넘기기 어려운 해입니다. 보험 컨설팅사 마시(Marsh)가 발표한 고용주 설문 예비 결과를 보면 2027년 직원 1인당 건강 베네핏 비용이 평균 8.2%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2003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라고 하니 숫자를 보고 저도 좀 놀랐습니다. 비용 절감 조치를 하지 않으면 평균 11%까지 오른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컨설팅사 머서(Mercer) 조사에서는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의 3분의 2가 2027년에 월급에서 떼는 보험료를 올릴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디덕터블이나 코페이를 올리겠다는 곳도 48%였습니다.
결국 작년과 같은 이름의 플랜이라도 내용물은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자동 갱신에 맡기기보다 한 번은 직접 열어 봐야 합니다.
플랜을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월 보험료만 보는 것입니다. 보험료가 싼 플랜은 대개 디덕터블이 높아서 병원에 자주 가면 오히려 더 나옵니다.
제가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월 보험료에 12를 곱하고, 내년에 예상되는 병원비와 약값을 더해서 플랜마다 1년 총액을 비교하는 겁니다.
여기에 최대 본인부담금, 즉 아웃오브포켓 맥시멈도 꼭 같이 봅니다. 큰 수술이나 입원 같은 최악의 해에 내가 최대 얼마까지 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편이고 병원을 거의 안 간다면 디덕터블이 높은 HDHP에 HSA를 붙이는 선택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IRS가 발표한 2027년 HSA 납입 한도는 본인만 가입 시 4,500달러, 가족 가입 시 9,000달러입니다.
55세 이상이면 1,000달러를 추가로 넣을 수 있습니다. HSA는 넣을 때 세금 공제, 불어날 때 비과세, 의료비로 쓸 때도 비과세라서 세금 면에서는 꽤 강력한 통장입니다.
다만 HDHP로 인정받으려면 2027년 기준 디덕터블이 본인 1,750달러, 가족 3,500달러 이상이어야 합니다. 본인부담 상한은 본인 8,700달러, 가족 17,400달러를 넘으면 안 됩니다.
반대로 만성질환이 있거나 정기적으로 약을 먹는다면 보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코페이가 정해진 플랜이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예측된다는 것도 생각보다 큰 장점입니다.
두 번째 함정은 네트워크입니다. 지금 다니는 주치의나 한인 의사, 자주 가는 병원이 새 플랜 네트워크에 들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어로 편하게 상담하던 의사가 내년부터 아웃오브네트워크가 되면 진료비가 확 뛰거나 아예 보장이 안 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 홈페이지의 의사 찾기 기능에서 이름을 직접 검색해 보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세 번째는 처방약 목록, 흔히 포뮬러리라고 부르는 부분입니다. 같은 보험사라도 플랜마다 약의 등급이 다르고, 내년부터 빠지는 약도 생깁니다.
요즘 고용주들이 비용 상승 원인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많이 꼽고 있어서, 이런 약은 보장 조건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이름을 하나씩 대조해 보세요.
FSA를 쓰는 분이라면 금액을 너무 크게 잡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해가 넘어가면 못 쓴 돈이 사라지는 구조라 실제로 쓸 만큼만 넣는 게 맞습니다.
회사에 따라 일부 금액 이월이나 유예 기간을 주기도 하니 우리 회사 규정을 먼저 확인하세요. 2027년 의료 FSA 한도는 아직 IRS 공식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회사 안내 자료의 숫자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안전합니다.
회사 보험이 없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주 정부 마켓플레이스를 봐야 합니다. 메릴랜드 헬스 커넥션의 2027년 보장용 오픈 엔롤먼트는 2026년 11월 1일부터 2027년 1월 15일까지입니다.
1월 1일부터 보장을 시작하려면 마감보다 일찍 가입해야 하니, 정확한 날짜는 사이트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사이트에는 내년 플랜과 가격을 미리 볼 수 있는 견적 기능도 열려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 가입자는 작년에 받던 보조금이 올해도 그대로라고 단정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득을 새로 입력하면 내야 할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어서 자동 갱신 전에 꼭 한 번 들어가 보셔야 합니다.
배우자도 회사 보험이 있다면 두 회사 플랜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가족을 한쪽에 몰아 넣는 게 나은지, 각자 가입하는 게 나은지에 따라 1년 총액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1년 총비용을 계산하고, 의사와 병원 네트워크를 확인하고, 먹는 약을 대조한 뒤, HSA나 FSA 금액을 정합니다.
이렇게 해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1년 내내 병원비 청구서를 보며 후회하는 시간에 비하면 아주 싼 투자입니다.
나라면 올해만큼은 자동 갱신 버튼을 누르지 않겠습니다. 보험료가 이렇게 크게 오르는 해에는 작년의 정답이 올해의 오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마감 직전에는 인사팀도 바쁘고 사이트도 느려집니다. 이번 주말에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베네핏 안내 메일부터 천천히 열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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