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버커키는 오랫동안 할리우드가 몰래 아꼈던 야외 스튜디오였습니다.
뉴멕시코의 강렬한 햇살, 광활한 사막 풍경, 붉은 빛이 도는 모하베 스타일의 지형은 감독들이 탐내는 로케이션 조건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AMC 드라마 Breaking Bad(2008~2013)는 앨버커키를 세계 지도에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의 집은 실제로 앨버커키 남동쪽 주거지 Negra Arroyo Lane 316번지로 설정됐고, 촬영에 사용된 실제 주택은 Piermont Drive NE에 있습니다. 방영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팬들이 그 집 앞에서 줄 서서 사진을 찍고, 심지어 피자를 지붕 위로 던지는 행동을 따라 해 집주인이 울타리를 쳐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스핀오프 Better Call Saul(2015~2022)은 앨버커키를 더욱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소울 굿맨 법률 사무소로 등장하는 Wexler-McGill 오피스, 코르테스 나이트클럽 장면이 촬영된 앨버커키 다운타운 일대, 주유소 장면 촬영지 등 시즌마다 앨버커키 곳곳이 화면을 채웠어요.
두 작품을 합산하면 앨버커키 시내와 인근 지역에서만 수백 개의 촬영지가 확인됩니다.

ABQ Trolley Co.에서는 Breaking Bad와 Better Call Saul 전용 투어 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매 시즌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만큼 전 세계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앨버커키에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2016년 영화 Arrival(컨택트)은 뉴멕시코 자연경관과 앨버커키 주변 평원을 촬영 배경으로 활용했고, 코엔 형제의 No Country for Old Men(2007) 역시 뉴멕시코 전역에서 촬영됐습니다.
아동 어드벤처 영화 The Book of Life(2014)도 뉴멕시코의 색채 감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죠.
넷플릭스 시리즈 Manifest의 일부 에피소드, AMC의 The Walking Dead 스핀오프 시리즈 Fear the Walking Dead의 특정 시즌도 뉴멕시코를 배경으로 활용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품들이 모두 앨버커키 혹은 그 인근을 무대로 삼은 것은 뉴멕시코 주 정부가 제공하는 최대 35%의 영화 제작비 세금 공제 혜택과 연간 310일이 넘는 일조량 덕분이라고 제작자들은 공통적으로 언급합니다.
앨버커키 구도심 쪽에는 Albuquerque Studios라는 대형 스튜디오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요. 규모로 보면 동부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독립 스튜디오 중 하나로 꼽히며, 복수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야외 세트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뉴멕시코 주 영화청(New Mexico Film Office)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주 전체 영화·TV 제작 관련 경제 효과가 약 8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 중심에 앨버커키가 있습니다.
Breaking Bad 한 작품만 해도 방영 기간 동안 앨버커키에 가져다 준 관광 수익이 수천만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영화 한 편이 도시의 얼굴을 이렇게 바꿔놓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앨버커키는 그 드문 사례에 해당합니다. 뉴멕시코 선셋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스크린에 가득 찰 때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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