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Newark'라는 이름의 도시를 여러 주에서 만나게 됩니다.

여기 델라웨어에도 있고, 뉴저지에도 있고, 오하이오나 캘리포니아에도 같은 이름이 존재합니다.

미국에 같은 도시, 카운티 이름이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여기에도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Newark'는 단순히 새로 생긴 도시라는 뜻이 아니라, 영국 잉글랜드의 오래된도시 뉴어크온트렌트(Newark-on-Trent)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식민지 시대 당시 영국 이주민들이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 '고향의 이름을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이 이름을 붙였던 것이죠. 말 그대로 "New Ark", 즉 '새로운 방주'라는 뜻처럼, 그들에게는 신대륙에서 새 출발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였습니다.

중세 유럽 사람들에게 Ark 그러니까 방주는 단순한 '배'가 아니라 신의 구원과 심판을 동시에 상징하는 거대한 상징물이었습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성경 속 가장 널리 알려진 서사 중 하나로, 그들은 방주를 통해 '신의 뜻에 순종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받아들였죠.

당시 유럽 사회는 흑사병, 전쟁, 기근 등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 살았기에, 방주는 인간이 감히 통제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신의 분노로부터의 '안식처'이자 '희망의 상징'이었습니다. 교회는 이 이야기를 설교에서 자주 인용하며 신앙의 순종과 회개를 강조했고, 수도원 벽화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도 방주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교회를 '세상의 홍수 속 방주'로 비유하며, 신앙 공동체 안에 머무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 여겼습니다. 결국 방주는 중세인들에게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신의 정의와 자비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상징이자 삶의 지침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뉴어크라는 도시가 미국에도 많이 생겼는데, 가장 유명한 뉴어크는 단연 뉴저지 주의 뉴어크입니다.

1666년 영국 퀘이커 교도들과 청교도들이 커넥티컷 뉴헤이븐에서 이주해 와서 세운 도시로, 그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나며 "이곳이 우리에게 새로운 구원의 방주(New Ark)가 되기를" 바랐다고 합니다.

이 'New Ark'가 세월이 지나 발음상 'Newark'로 굳어졌고, 이후 미국 여러 지역에서도 같은 이름이 차용되었습니다.

델라웨어의 뉴어크는 바로 이 전통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18세기 초, 펜실베이니아 서부에서 이주해 온 정착민들이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고향이자 신앙적 상징인 'Newark'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름은 같아도 도시의 분위기와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뉴저지의 뉴어크는 인구가 3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산업과 항만이 발달하고 교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델라웨어의 뉴어크는 대학 도시로 유명합니다. 델라웨어 대학교(University of Delaware)가 자리하고 있어 젊은 에너지와 문화적 활력이 넘치는 곳이죠. 그래서 뉴어크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뉴저지의 분주한 도심을 떠올리고, 또 어떤 사람은 델라웨어의 조용한 대학가를 떠올립니다. 이름은 같아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이렇게 다릅니다.

이름이 널리 퍼진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초기의 이주 패턴과 관련이 있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하던 개척자들이 고향의 이름을 새 정착지에도 그대로 붙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그래서 오하이오, 아칸소, 캔자스 등에도 'Newark'라는 이름의 마을이 생겨났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름의 발음과 철자도 시간이 지나며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뉴-아크(New-ark)'로, 또 다른 곳에서는 '뉴-어크(New-erk)'로 발음합니다.

심지어 지역 주민끼리도 서로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이게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델라웨어 뉴어크 주민들은 "우리는 뉴-아크라고 안 해요, 뉴-어크라고 해요!"라며 자부심 있게 정정하기도 하죠.

이름은 같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방주'의 의미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죠.

미국의 뉴어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속에는 단순한 이름 이상의 '이민의 역사'와 '새 출발의 정신'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