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헤이븐으로 이사하기 전에 집값, 학군, 치안까지는 열심히 알아보는데 의외로 진드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살 때는 진드기에 물려 병에 걸린다는 것을 크게 걱정해본 적이 없는데, 코네티컷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미국에서 라임병(Lyme disease)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곳이 코네티컷입니다. 사실 라임이라는 이름 자체가 코네티컷의 Lyme이라는 지역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뉴헤이븐 카운티 역시 진드기 매개 질환을 조심해야 하는 지역입니다.
라임병은 blacklegged tick, 흔히 deer tick이라고 부르는 작은 진드기가 옮기는 세균성 감염병입니다. 코네티컷 농업실험소에는 주민들이 잡아온 진드기를 검사하는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검사되는 진드기 가운데 상당수에서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균이 발견됩니다.
그럼 물리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는 진드기에 물리는 순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진드기가 워낙 작고 물릴 때 통증도 거의 없어서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며칠 뒤 몸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서 몸살처럼 근육과 관절이 쑤실 수 있습니다. 감기 걸렸나 하고 넘어가기 딱 좋은 증상입니다.
라임병 하면 유명한 것이 과녁처럼 둥글게 번지는 붉은 발진입니다. erythema migrans라고 하는데 진드기에 물린 자리 주변으로 점점 커지는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라임병에 걸렸다고 모든 사람에게 전형적인 과녁 모양 발진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 숲이나 풀밭에 다녀온 뒤 원인 모를 몸살 증상이 생겼다면 진드기 노출 여부를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보통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고 대부분 잘 회복합니다. 문제는 모르고 오래 방치하는 경우입니다.
감염이 진행되면 심한 관절통이나 얼굴 한쪽이 마비되는 안면신경마비,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심장 리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드기 한번 물린 것 가지고 뭘 그러냐"고 무시할 일은 아닙니다.
코네티컷에는 라임병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진드기 종류에 따라 babesiosis, anaplasmosis, ehrlichiosis 같은 감염병을 옮길 수 있고 드물지만 Powassan 바이러스도 문제가 됩니다. 특히 고열이나 심한 두통, 몸살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냥 감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은 어렵지 않습니다. 숲이나 풀이 많은 곳에 갈 때 긴 바지를 입고 DEET가 들어간 방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집에 돌아오면 샤워하면서 몸을 한번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귀 주변, 머리카락 속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곳도 확인해야 합니다.
붙어 있는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손으로 비틀거나 으깨기보다 끝이 가는 핀셋으로 피부 가까운 부분을 잡아 천천히 똑바로 빼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후 물린 날짜를 기억해두고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뉴헤이븐에서 봄을 처음 보내는 한인이라면 꽃가루도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 나무가 많은 뉴잉글랜드답게 봄에는 oak와 birch를 비롯한 나무 꽃가루가 날리고 이후 잔디와 잡초 꽃가루 시즌이 이어집니다. 한국에서는 알레르기가 별로 없던 사람이 여기 와서 눈이 가렵고 콧물이 계속 나서 감기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뉴헤이븐에서 산다고 진드기를 무서워하며 공원을 피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숲이나 잔디에서 놀고 돌아온 날 몸 한번 확인하는 습관은 필요합니다.

애리조나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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