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계좌 내역을 보다가 수수료 항목에 12달러가 떡하니 찍혀 있는 걸 보고 순간 멈칫했다.
매달 나가는 돈치고는 크지 않아 보이는데, 1년으로 따지면 144달러라 커피값 치고는 꽤 아까운 금액이다.
은행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계좌 유지 조건을 못 채워서 빠져나간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계좌를 처음 열 때 직원이 이 조건을 분명히 설명해주긴 했었는데, 몇 년 지나니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거다.
특히 미국에 처음 정착해서 계좌를 트는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은 이런 조건 자체를 모른 채 그냥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어드밴티지 플러스 체킹 계좌는 매달 12달러의 유지 수수료가 붙는 구조다.
이 수수료는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채우면 그대로 면제된다.
첫 번째 조건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250달러 이상의 급여성 직접입금이 들어오는 경우다.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다른 은행 계좌에서 이체한 돈은 직접입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 급여나 소셜시큐리티, 연금처럼 고용주나 기관이 직접 넣어주는 돈이어야 인정된다.
두 번째 조건은 하루 평균 잔액을 1500달러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조건은 매달 큰돈을 통장에 묶어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현실적인 선택지다.
세 번째는 은행 리워드 프로그램에 가입해서 일정 등급 이상을 유지하는 경우다.
올해 5월부터 기존 프리퍼드 리워즈가 비오브에이 리워즈로 개편되면서 등급 이름과 기준도 함께 바뀌었다.
새 체계에서 수수료 면제가 시작되는 프리퍼드 플러스 등급에 들어가려면 예금과 투자 계좌를 합쳐 3만 달러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 잔액을 은행 하나에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사실상 대부분에게는 그림의 떡인 조건이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급여 계좌를 묶어두거나 잔액을 일정 수준 유지해주는 고객이 은행에는 훨씬 안정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 은행들 사정도 궁금해서 같이 찾아봤다.
체이스의 토탈 체킹 계좌는 월 15달러, 웰스파고의 에브리데이 체킹도 월 15달러로 뱅크오브아메리카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웰스파고는 원래 10달러였던 수수료가 올해 15달러로 올랐다니, 조용히 부담만 커진 셈이라 씁쓸하다.
면제 조건은 두 은행 다 비슷하다. 체이스는 월 500달러 이상의 직접입금이 있으면 수수료가 빠지고, 웰스파고도 500달러 이상의 전자 입금이나 1500달러 잔액 유지 중 하나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은행마다 금액과 기준은 조금씩 달라도, 결국 직접입금이라는 큰 틀은 거의 똑같이 적용되는 셈이다.
셋 중에 제일 현실적인 게 뭐냐고 물으면, 개인적으로는 직접입금 조건을 고르겠다.
잔액 1500달러를 항상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고, 3만 달러는 애초에 해당사항이 없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회사 급여를 그 계좌로 받도록 인사팀에 한 번만 요청해두면 끝나는 일이라 손이 훨씬 덜 간다.
다만 이 직접입금 조건은 매달 새로 채워야 하는 조건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무급 휴직을 쓰거나 이직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달에는 급여가 안 들어오니 수수료가 그대로 다시 붙는다.
은행 앱에서 잔액이나 수수료 관련 알림을 미리 켜두면 이런 달을 놓치지 않고 대비할 수 있다.
문제는 계좌를 처음 열 때는 조건을 잘 맞춰놓고도, 이직하거나 급여 계좌를 바꾸면서 조건이 슬그머니 깨지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는 점이다.
그러다 몇 달치 수수료가 빠져나간 뒤에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실제로 봤다.
특히 파트타임을 병행하거나 급여 입금 계좌를 자주 바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함정에 더 쉽게 걸린다.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해서 애초에 정기적인 급여 입금 자체가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엔 직접입금 조건을 채우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그럴 때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소득 일부를 자동이체로 옮겨서 최소 잔액 조건을 채우는 편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조건들이 다 부담스럽다면 애초에 월 유지 수수료가 없는 온라인 은행이나 신용조합 체킹 계좌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계좌는 수수료 조건을 일일이 따질 필요 자체가 없어서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체킹뿐 아니라 세이빙 계좌도 최소 잔액을 못 채우면 별도로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있으니, 계좌를 여러 개 쓰는 사람이라면 그것까지 같이 점검해두는 게 좋다.
매달 명세서를 한 번씩 훑어보는 습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런 데서 차이가 난다.
나라면 분기에 한 번 정도는 계좌 조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쪽을 택하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스마트폰 꺼내서 은행 앱부터 한번 열어보길 권한다.
이번 달 수수료 면제 조건을 채웠는지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안 되니까.

육개장사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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