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습도가 너무 높아서 괴로운 휴스턴의 여름 - Houston - 1

어느 날 문득 궁금해서 챗GPT한테 슬쩍 물어봤다.

"한국 사람이 미국 휴스턴 살면 뭐가 제일 안좋나?"

머릿속으로는 텍사스의  재산세 폭탄이나 트래픽, 아니면 총기 소지 문화 같은 주제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여름 더위와 습기의 콤보."

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로 이동네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안다.

휴스턴의 여름은 그냥 기온이 높은 게 아니다. 더운데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을 켜도 실내가 좀 축축하기까지 하다.

쨍쨍한 햇볕 아래 서 있으면 그대로 찜기에 들어가 동시에 찔리는 기분이 든다.

한국 여름도 습하기로 유명하지만, 휴스턴에서 7월과 8월을 보내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아, 여기는 에어컨이 필수인 생명유지장치구나.'

이 날씨를 겪다 보면 예전에 7월 한여름에 홍콩으로 여행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실외로 나서는 순간 선글라스에 하얗게 김이 서렸고, 몇 블록 걷지도 않았는데 등이 젖어 들었다.

처음에는 여행 왔다는 기분에 열심히 걸어 다녔지만, 오후쯤 되니 관광은 뒷전이고 눈앞에 카페나 쇼핑몰만 보이면 일단 들어가는 게 일이었다.

홍콩 실내에서 왜 그렇게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휴스턴도 만만치 않다. 아니, 어쩌면 더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온도로만 치면 애리조나 피닉스 같은 사막 지역이 더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40도를 웃도는 건조한 더위도 물론 힘들지만, 휴스턴의 진짜 문제는 습도다.

멕시코만의 영향을 받다 보니 여름이면 뜨거운 공기에 가득한 수분이 함께 밀려든다.

밖에 나가는 순간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공기가 이미 축축해서 그 땀이 시원하게 증발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스턴에서는 자동차 에어컨도 생존의 문제다.

시동을 걸자마자 에어컨부터 최대로 틀어놓고, 차 내부가 겨우 사람이 버틸 만한 온도가 될 때까지 차 밖에서 잠시 기다려야 한다.

더운 날씨에 습도가 너무 높아서 괴로운 휴스턴의 여름 - Houston - 2

휴스턴 다운타운에 가면 이런 기후가 만들어낸 독특한 공간이 있다.

바로 건물들을 지하로 연결한 '다운타운 터널 시스템(Downtown Tunnels)'이다.

지하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도 여러 건물 사이를 이동할 수 있고, 다양한 식당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오직 더위 때문에 만들어진 터널은 아니겠지만, 한여름에 걸어보면 이 공간이 왜 필수적인지 몸으로 알게 된다.

한낮에 양복을 입고 지상으로 몇 블록 걸어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옷이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휴스턴으로 이사 오거나 정착하려는 분들에게는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집을 알아볼 때 깔끔한 주방이나 마루도 좋지만, 무엇보다 에어컨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냉난방 시스템(HVAC)이 한여름 한가운데에서 고장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이다.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전기료를 아끼겠다고 에어컨을 너무 약하게 틀어놓는 것도 어렵다.

이곳은 온도만 낮추는 냉방이 아니라, 공기 중의 수분을 제거하는 제습이 함께 돌아가야 비로소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휴스턴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뜻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고, 일자리 기회도 풍부하며, 미주 대도시 규모에 비하면 주거비 부담도 적은 편이다.

한인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서 전반적인 생활 편의성은 훌륭하다.

다만, 7월에 처음 휴스턴 공항 밖으로 발을 내딛는 한국 사람이라면 묘한 익숙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느껴본 공기인데?"

그렇다. 예전 홍콩이나 동남아 여행길에서 만났던 바로 그 뜨겁고 축축한 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