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도 커피 두 잔을 비우고 나서야 겨우 사람 구실을 시작했어요. 카페 벽시계를 멍하니 보다가 문득 이상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지금 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대체 누가 정한 걸까요? 당연히 정부겠거니 했는데, 찾아보니 전혀 아니었어요.
미국에 표준 시간대를 처음 깐 건 의회도 대통령도 아니라 철도회사들이었습니다. 그것도 관련 연방법이 생기기 35년 전에요.
1883년 이전 미국은 동네마다 시간이 달랐어요.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오는 순간을 정오로 삼는 지역 태양시를 썼기 때문이죠.
문제는 경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정오가 몇 분씩 밀린다는 거예요. 옆 도시로 가면 시계를 다시 맞춰야 하는 세상이었던 셈이죠.
마차로 다닐 땐 크게 상관없었겠지만, 기차가 대륙을 가로지르기 시작하면서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철도회사들은 저마다 기준 도시의 시간으로 시간표를 짰거든요.
그 혼란을 제일 잘 보여주는 곳이 당시 버팔로 기차역이었어요. 역 안에 시계가 무려 세 개나 걸려 있었다고 해요.
하나는 New York Central 철도가 쓰던 뉴욕시 시간, 또 하나는 Lake Shore & Michigan Southern 승객을 위한 오하이오 Columbus 시간이었어요. 마지막 하나가 버팔로 현지 시간이었고요.
환승 열차 하나 타려면 시계 세 개를 번갈아 보며 계산해야 했다는 얘기죠. 저라면 커피 없이 그 역에 서 있다가 그대로 주저앉았을 거예요.
결국 철도회사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1883년 10월 11일, 철도회사 연합체인 General Time Convention이 시카고 Grand Pacific Hotel에서 모였어요.
그 직전인 10월 2일자 Chicago Tribune은 철도마다 쓰는 시간 기준이 50가지나 된다고 보도했을 정도였어요. 시간표가 아니라 거의 암호표 수준이었던 거죠.
회의에서 채택된 건 Traveler's Official Railway Guide 편집자 William F. Allen의 안이었어요. 그리니치 기준 서경 75도, 90도, 105도, 120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한 시간씩 차이 나는 구역을 나누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지금 우리가 아는 Eastern, Central, Mountain, Pacific이에요. 캐나다 동부용 Intercolonial까지 합치면 다섯 개였고요.
비슷한 아이디어는 그전에도 있었어요. 교육자 Charles F. Dowd가 먼저 철도용 표준시 체계를 제안했지만, 그의 안은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D-day는 1883년 11월 18일 일요일이었어요. 각 구역에서 표준시 정오가 되는 순간, 철도역 시계를 일제히 새로 맞췄습니다.
그래서 이날을 Day of Two Noons, 정오가 두 번 있던 날이라고 불러요. 옛 지역 시간으로 한 번, 새 표준시로 또 한 번 정오를 맞은 도시가 여럿이었거든요.
버팔로는 동부 기준선인 서경 75도보다 한참 서쪽이라,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순간이 표준시 정오보다 15분 넘게 늦어요. 그 어긋남을 시계 하나로 덮어버린 셈이죠.
여기서 제일 놀라운 포인트가 나와요. 이건 법이 아니라 철도회사들끼리 정한 약속이었는데, 1년 만에 미국과 캐나다 도시의 85%가 자발적으로 따라갔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가 박수를 친 건 아니었어요. Indianapolis Sentinel은 이제 태양이 더 이상 일을 지휘하지 못하게 됐다며 비꼬는 기사를 냈어요.
가장 끈질기게 버틴 곳은 Detroit였습니다. 1900년 시의회가 시계를 28분 늦추라고 했다가 시민 절반이 따르지 않아 명령을 거둬들였대요.
Detroit가 Central 시간대에 들어간 건 1905년 주민 투표를 거친 뒤였어요. 해가 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믿음이 그만큼 단단했던 거죠.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선 건 한참 뒤인 1918년 3월 19일이에요. Standard Time Act, 일명 Calder Act가 통과되면서 표준 시간대가 처음 연방법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에 시간대 경계를 정하고 바꿀 권한을 줬어요. 철도를 감독하던 기관이 시간까지 떠맡은 거라,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딱 보이죠.
같은 법에 서머타임도 처음 들어갔는데, 이건 이듬해인 1919년에 폐지됐어요. 표준시 규정만 그대로 살아남았고요.
그 뒤 1966년 Uniform Time Act로 서머타임 운영이 통일됐고, 지금 시간대 경계는 연방 교통부가 관리해요. 시간이 여전히 교통 부처 소관이라니, 꽤 재밌지 않나요?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좀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가 자연 법칙처럼 믿어온 시간이, 사실은 기차 시간표를 맞추려던 회사들의 실무 합의였다니요.
그렇다고 민간은 빨랐고 정부는 느렸다고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철도가 먼저 판을 깔고, 정부가 35년 뒤 그걸 법으로 굳혀서 다툼 없이 굴러가게 만든 거니까요.
다음에 기차역이나 오래된 건물 시계를 보면 한 번쯤 떠올려 보세요. 저 바늘 뒤에 1883년 어느 일요일의 두 번째 정오가 숨어 있다는 걸요.
저는 오늘 세 번째 잔을 들고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시간대는 철도회사가 만들었을지 몰라도, 제 하루 시간표는 여전히 에스프레소가 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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