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0원 넘어서 죽겠다더니, 1340원 되니까 또 죽겠단다 - Los Angeles - 1

한국 뉴스를 보면 가끔 환율이라는 녀석이 사람 성격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난리였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훌쩍 넘어서 7월 1일에는 장중 1559원까지 올라갔다.

그때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 경제가 금방이라도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원화 가치가 무너진다." "수입 물가가 큰일이다." "해외여행 못 간다." "미국 유학생 부모들 죽어난다."

그리고 댓글 보니까 연말까지 1600원 간다, 1700원 간다는 이야기도 보였다. 나는 1700원되면 달러좀 한화로 바꾸어 놓고있어야 겠다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두 달 조금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9월 7일 원·달러 환율은 1340.5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334.7원까지 내려갔다.

7월 고점과 비교하면 달러당 220원 이상 빠졌다. 원화가 불과 두 달 만에 상당히 강해진 것이다.

그러면 이제 다들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ㅎㅎ 그럴 리가 있나.

이번에는 "원화가 너무 강해서 죽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1달러짜리 물건을 팔아 1500원 넘게 받던 시절과 1340원 받는 지금이 같을 수 없다.

달러로 벌어온 돈을 원화로 바꿀 때 금액이 줄어드니 실적에 부담이 된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40원대로 내려오면 원화로 환산한 내 자산은 줄어든다.

실제로 7월 고점 부근에서 달러를 산 사람은 환율만으로 두 자릿수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주식은 안 떨어졌는데 내 돈은 줄었다. 이게 바로 환율이 주는 독특한 억울함이다.

나같이 월급 받고 달러로 생활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뉴스를 보면 무덤덤하다.

환율 1550원이라고 해도 아침에 커피값이 갑자기 싸지는 것도 아니고, 1340원이 됐다고 집주인이 월세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내 통장에는 어제도 달러가 들어왔고 오늘도 달러가 나간다.

다만 한국 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예전에는 100달러 바꾸면 15만원 넘게 손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13만4000원 정도다.

한국 가서 친구들 밥 한번 사주면서 "미국에서 왔으니까 내가 살게"라고 폼 잡기 힘들어졌다 ㅋ.

이번 원화 강세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놓은 영향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 등이 작용했다.

최근에는 엔화 강세도 원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환율에는 모두가 행복한 숫자가 없는 모양이다.

1500원이면 수입업체와 해외여행객이 죽겠다고 하고, 1340원이면 수출기업과 달러 투자자가 죽겠다고 한다.

나는 LA에서 그 뉴스를 보며 모닝 커피나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