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에서 중고차 딜러로 일하면서 요즘은 종류가 장난아니게 많아진 현대차를 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니, 왜 현대는 미국에서 그랜저를 안 파는 걸까?"
한국에서는 소나타, K5가 '국민 패밀리 세단' 같은 이미지로 팔리잖아요.
아빠들이 주차장에 딱 세워두면 "오, 이제 가족들이랑 다니나 보구나" 하는 느낌 주는 차.
그런데 그 위에 그랜저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그랜저는 그냥 차가 아니에요. 약간 '인생 레벨업 인증서' 같은 존재죠.
아버지가 "이번에 차 바꿨다" 하면서 그랜저 몰고 오시면, 가족들이 "이제 진짜 안정됐구나" 하는 뉘앙스 풍기는 그런 포지션입니다.
근데 미국에서는요? 현대가 그랜저를 안 팝니다.
이게 참 이해가 안 돼요.
물론 소나타는 있고, 위급으로 제네시스 G80, G90 같은 럭셔리 라인이 있긴 한데, 그 중간에 딱 들어맞을 차가 비어 있거든요.
중고차 시장에서도 느껴지는 게 있어요. 손님들이 세단 찾으면서 "토요타 아발론 같은 거 없냐"라고 종종 물어요.
그러면 저는 속으로 "야, 현대에도 딱 맞는 게 있는데, 이거 미국에선 안 팔아"라는 생각을 하죠.
토요타 아발론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넉넉한 중형 세단, 아빠차' 이미지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캠리보다는 크고, 렉서스보다는 부담 없고. 근데 이 시장에서 현대는 비어 있는 거예요.
소나타로는 좀 아쉽고, 제네시스로 가기엔 또 너무 비싸다 싶은 고객들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한테 그랜저 딱 보여주면 반응 좋을 겁니다. 차 크기나 옵션, 디자인 다 미국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거든요.
제가 중고차 시장에서 느끼는 재미있는 포인트는요.
한국 교포분들이 가끔 오셔서 소나타 보고는 "이거 한국에선 택시로도 쓰는 차인데..." 하며 좀 아쉬워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한국에선 그랜저도 있는데 미국엔 없네?"라고 말하죠.
그럴 땐 저도 같이 고개 끄덕이면서 "맞아요, 이 차 미국에선 팔면 꽤 먹힐 텐데"라는 얘기를 합니다.
현대 입장에서는 아마도 브랜드 전략 때문에 그랜저를 안 들여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랜저 팔면 제네시스 고객이 줄어드는 거 아니야?" 이런 계산일 수도 있겠죠.
근데 제 생각엔, 오히려 중간층을 채워주는 모델이 있어야 전체 라인업이 더 탄탄해진다고 봐요.
소나타랑 제네시스 사이의 간극이 꽤 크거든요. 고객 입장에서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얘기죠.
그리고 요즘 미국 시장에서 세단 수요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꾸준히 찾는 고객층은 있습니다.
특히 교통이 많은 대도시, 혹은 연세 있으신 분들은 SUV보다 세단을 더 선호하거든요.
아발론이 아직 살아남아 있는 이유도 그거고요. 그랜저가 들어오면 이런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고차 딜러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현대 그랜저가 미국에 풀리면 저희도 재미 좀 볼 것 같아요.
옵션 많고, 디자인 세련되고, 가격대 적당하면 중고시장에서도 금방 인기 모델이 되거든요.
지금도 제네시스 중고차 찾는 분들 많습니다. 근데 가격 부담 때문에 못 사는 경우가 많죠. 그 사이에 딱 들어올 만한 게 그랜저예요.
결론적으로, 현대가 미국에서 소나타 위–제네시스 아래, 딱 그 위치를 채워줄 모델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포 고객들도 만족하고, 미국 고객들도 "현대차 요즘 괜찮네" 할 거고, 저희 중고차 딜러들도 재고 돌리기 수월할 테니까요.
현대, 제발 그랜저 좀 미국에 팔아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