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링턴, 조용한 기업 도시의 저력 - Burlington - 1

작은 타운 안에 4만 명 규모의 일자리가 몰려 있다면, 그 도시의 정체성은 주거지보다 고용지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벌링턴은 매사추세츠 128번 도로 축에 자리한 대표적 고용 중심 타운이다. 2,600개가 넘는 기업이 이 작은 타운 안에서 활동하며 약 4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는 벌링턴 자체 거주 인구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즉 매일 아침 다른 지역에서 벌링턴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타운이 고용 중심지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1950~60년대 128번 도로 완공이 있다. 1955년부터 1965년 사이 벌링턴은 매사추세츠 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타운으로 꼽히며 인구가 세 배로 늘었고, 이 시기 형성된 산업·상업 기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고용 업종은 소매, 정보통신, 헬스케어로, 벌링턴 거주자 기준으로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 종사자가 2,876명, 보건의료·사회복지 종사자가 1,922명, 교육서비스 종사자가 1,503명으로 나타난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약간의 조정 국면도 감지된다.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벌링턴 거주자 고용 규모는 1만 4,300명에서 1만 4,200명으로 소폭 줄었다. 실업률은 조사 기관에 따라 3.4%에서 4.4% 사이로 다소 편차 있게 집계되는데, 이는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기반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이 조정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128번 도로와 3번 도로가 교차하는 입지적 이점을 살려 오피스·연구단지 리모델링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대형 쇼핑몰과 호텔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기업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헬스케어·생명과학 분야 기업들이 보스턴 도심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벌링턴 같은 128번 도로 축으로 사무 공간을 옮기는 사례도 꾸준히 보고된다.

한인 가구 입장에서 벌링턴은 학군이 우수하고 통근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꾸준히 선호되는 지역 중 하나다. 고용지로서의 위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임대 수요도 함께 견조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나타난 고용 소폭 감소와 오피스 수요 조정 흐름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경우라면 주의 깊게 살펴볼 대목이다.

벌링턴은 화려한 신규 개발 뉴스보다는 이미 형성된 탄탄한 기업 생태계를 유지·보완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10년 후에도 128번 도로 축의 핵심 고용지로서 위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오피스 기반 산업의 구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