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셔니스트도 채점한다, 면접장 밖 비하인드 평가 - Clarksville - 1

면접실 문을 열기 전, 로비에서 이미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대기실 의자에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거나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퉁명스럽게 인사를 건넨 지원자가, 정작 면접관 앞에서는 나무랄 데 없이 매끄럽게 답변을 이어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의 채용 담당자가 면접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 바로 그 안내 데스크 직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이런 방식을 미국 채용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웨이터 룰이라고 불러왔습니다.

2006년 USA 투데이 기자 델 존스가 여러 최고경영자를 인터뷰했는데, 다수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합니다. 상사를 대하는 태도보다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본모습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는 겁니다.

윗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예의를 차리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사람 앞에서는 태도가 쉽게 무너진다는 거죠.

파네라 브레드의 CEO였던 론 샤이시는 지원자를 점심 식사 자리에 데려간 뒤, 나중에 비서에게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따로 물어봤다고 전해집니다.

이 원칙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면 리셉셔니스트 룰이라는 이름으로 바뀝니다. 면접관 앞에서는 더없이 정중한데, 로비 데스크 직원에게는 눈도 안 마주치는 지원자들이 실제로 있다는 거죠.

약속 시간보다 얼마나 일찍 왔는지, 대기하는 동안 표정이 어땠는지, 먼저 인사를 건넸는지까지 채용팀에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회사는 아예 안내 데스크 직원용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면접이 끝나면 그 메모를 채용 담당자 책상에 올려놓기도 합니다.

공식적인 평가 항목으로 명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이게 꽤 쓸모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면접관 앞에서는 누구나 긴장한 채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지만, 긴장이 살짝 풀리는 로비나 복도에서는 평소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2024년에 발표한 조사에서는, 채용 담당자의 63퍼센트가 지원자의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가장 큰 경고 신호로 꼽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임원 77퍼센트는 면접 도중 지원자가 휴대폰을 확인하면 그 사람을 채용 후보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회사가 보는 건 정답을 얼마나 많이 맞히느냐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인 셈이죠.

이런 흐름을 알고 나면 면접 준비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정장을 고르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외우는 것 못지않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예의를 지키는 연습이 필요한 셈입니다.

주차 안내원이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직원이든, 그 순간의 태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대기실에서 서류를 정리하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웃어주는 정도의 여유, 그게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꼭 대기업 임원 면접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동네 병원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도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예약 손님과 방문객을 가장 오래 마주하는 사람이다 보니, 원장이나 매니저가 자연스럽게 그 직원의 의견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이런 관행이 특정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 앞에서 유난히 긴장하는 성격이거나, 그날따라 컨디션이 안 좋았던 지원자라면 로비에서의 짧은 순간만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신중한 회사일수록 안내 데스크의 인상을 참고 자료 정도로만 쓰고, 그것 하나로 당락을 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합니다.

저라면 면접 당일만큼은 휴대폰을 아예 가방 속에 넣어두고, 만나는 사람마다 눈을 맞추고 인사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어차피 그날 잘 보여야 할 사람이 면접관 한 명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