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오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앞마당에 오픈하우스 팻말이 떡하니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차가 줄줄이 서 있는 풍경을 자주 마주칩니다. 집을 살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도 구두를 벗어 들고 들어가서 안방 벽장까지 열어보는 게 미국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주말 풍경입니다.
솔직히 처음 이 문화를 접했을 때는 남의 집을 이렇게 대놓고 구경 다닌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어떤 집은 동네 사람들이 죄다 몰려나와서 거의 작은 동네 축제처럼 되기도 하더군요.
서로 얼굴만 알던 이웃끼리 마당에서 만나 한참 수다를 떨다 가는 모습도 흔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오픈하우스라는 개념 자체가 1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더군요.
1910년대에 open for inspection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신축 주택에 들어간 새로운 건축 양식과 편의 시설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1920년대로 넘어가면서 중개업자들이 이걸 본격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 우리가 아는 오픈하우스 형태가 자리를 잡았죠.
재미있는 건 오픈하우스에 오는 사람 절반은 사실 그 집을 살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조사를 보면 주택 구매자의 50퍼센트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오픈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오픈하우스를 통해 실제로 성사되는 거래는 전체의 4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 그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계약까지 이어지는 건 이렇게 적다니 말이죠. 그러면 나머지는 다 뭘 하러 오냐, 바로 여기서 미국식 구경 문화의 진짜 재미가 시작됩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아예 looky-loo라고 부릅니다.
살 생각 없이 그냥 눈으로만 훑어보는 손님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게 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라는 것부터가 웃깁니다.
이웃이 자기 동네 시세가 궁금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훔쳐가려고 오는 경우도 있고, 그냥 남의 집 구조가 궁금해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에 매물 사진이 수십 장씩 올라오는 시대인데도 사람들은 굳이 신발을 신고 직접 그 집까지 찾아갑니다. 사진으로 보는 거실 넓이와 실제로 서서 느끼는 공간감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거기다 중개인들이 갓 구운 쿠키나 레몬에이드를 준비해두는 것도 이 구경 문화를 부추기는 오래된 수법입니다. 집을 안 사도 그만이니, 부담 없이 들어가서 냄새 좋은 집 구경하고 나오는 셈이죠.
이 정도면 거의 스포츠 관람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집을 넓게 잘 지어놓고 남한테 보여주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나라다운 문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격투기 경기장에 가서 꼭 돈을 걸어야만 재미있는 게 아니듯, 오픈하우스도 꼭 살 집을 찾아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주말에 커피 한 잔 들고 동네 오픈하우스 서너 곳을 순회하는 걸 아예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자동차 쇼룸 돌아다니며 시승만 하고 안 사는 사람들 심리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중개인 입장에서는 이게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많아 보여서 좋기는 한데, 정작 계약서에 사인할 사람은 그중 몇 안 되니까요.
그래도 이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 사는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원래 재미있는 법이니까요.
저도 이 오픈하우스 구경을 꽤 즐기는 편인데, 남의 집 뒷마당에 어떤 그릴을 놔뒀는지 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하더군요. 집 구조나 가격표보다 마당에 어떤 장비를 갖춰놨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결국 사람은 자기 관심사대로 세상을 구경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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