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음료 마진 알면 물만 시켜도 눈치 안 보이는 이유 - Cleveland - 1

얼마 전 동료들과 저녁 자리에서 다들 와인이나 탄산음료를 주문하는데 저 혼자 저는 그냥 물 주세요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종업원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는데, 사실 이건 전혀 눈치 볼 일이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식당에서 수돗물은 원칙적으로 무료로 제공되고, 별도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왜 유독 물만 주문하면 신경이 쓰이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음료 가격 구조에 있다.

식당 탄산음료 한 잔은 보통 2달러 85센트에서 4달러 사이이고, 업계 조사에서는 3달러 안팎이 가장 흔하다고 나온다.

그런데 이 한 잔을 만드는 원가는 5센트에서 15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마진으로 따지면 1000퍼센트를 훌쩍 넘는다는 업계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오는데, 숫자만 놓고 보면 좀 허탈하다.

일반 음식 마진이 평균 300퍼센트 선인 것과 비교하면 음료가 얼마나 짭짤한 매출원인지 짐작이 간다.

커피도 사정이 비슷하다. 브루드 커피 한 잔의 마진은 보통 70에서 85퍼센트 사이라는 업계 자료가 있다.

라떼 한 잔도 원두, 우유, 컵값을 다 합쳐야 85센트에서 1달러 35센트 수준이다. 판매가와 비교하면 이것도 만만치 않은 장사다.

와인은 더하다. 업계 표준으로 소매가 대비 200에서 300퍼센트를 얹어서 파는 게 일반적이라는 자료가 있다.

매장에서 20달러짜리로 팔리는 와인이 식당에서는 60에서 80달러로 올라가는 구조다.

식당 전체 이익률이 평균 3에서 5퍼센트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음료가 왜 이렇게까지 마진을 끌어안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구조를 알고 나면 물만 시키는 게 미안한 일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넷이서 외식할 때 다들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면 한 끼에 12달러 정도가 그대로 남는다.

한 달에 네 번 외식한다고 치면 연간으로는 500달러가 넘는 금액이 절약되는 셈이다.

팁 문제가 마음에 걸릴 수는 있는데, 물만 주문했다고 전체 계산서 기준 20퍼센트를 그대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가끔은 물 대신 병에 든 생수를 권하는 곳도 있는데, 이 역시 원가는 몇십 센트인데 판매가는 서너 배 이상 붙는 경우가 흔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테이블에 나온 수돗물이면 충분한데 굳이 병입 생수를 추가로 주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받은 서비스 수준에 맞춰 판단하면 된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공짜라고 품질까지 낮은 건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겠다. 미국 수돗물은 세이프 드링킹 워터 액트에 따라 EPA가 90종 넘는 오염물질 기준을 관리한다.

주요 도시 식당이나 호텔의 수돗물은 대부분 이 연방 기준을 충족하거나 웃도는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습관처럼 시켜서 매번 몇 달러씩 흘려보내는 것보다, 물을 마시고 그 돈을 아끼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다음에 메뉴판을 볼 때 음료 가격 옆에 원가를 한번 떠올려보면 선택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