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이해 못 하는 장면들 - Bellevue - 1

얼마 전에 미국인 동료가 한국 드라마를 처음 봤다면서 나한테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술 취한 여자 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등에 업고 뛰어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왜 그냥 택시를 안 부르냐는 거였다.

처음엔 웃고 넘겼는데 곱씹어 보니 진짜 궁금할 만한 질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예전엔 별생각 없이 넘겼던 장면인데, 외국인 입장에서 보니 확실히 낯설 만하다 싶었다.

미국에서는 다 큰 성인을 업어서 옮기는 장면 자체가 낯설고, 술 취한 사람을 업고 뛰는 게 오히려 위험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근데 한국 드라마에서 업어주는 장면은 로맨스의 정석 코드에 가깝다.

말 한마디 없이도 이 사람이 나를 챙긴다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라, 대사보다 그 행동 하나가 감정을 더 진하게 전달한다.

실제로 드라마 관련 칼럼이나 해외 트로프 정리 글들을 보면, 업어주기 장면이 술자리 다음 신으로 워낙 자주 붙다 보니 아예 하나의 클리셰로 분류될 정도다.

두 번째로 자주 나오는 반응은 회식 자리에서 술 따르는 방식이다.

윗사람이 술을 따라주면 두 손으로 잔을 받고, 마실 때는 몸을 슬쩍 돌려서 마시는 장면을 보고 그 동료는 예의인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지 헷갈려했다.

사실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위계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동작이다.

나이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윗사람 앞에서 술잔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게 예의라는 배경을 알고 나면, 짧은 동작 하나에 담긴 맥락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세 번째는 존댓말에서 반말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두 사람이 존댓말을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기 시작하는데, 이 전환 자체가 관계가 부쩍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쓰인다.

문제는 영어 자막에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애초에 없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 순간의 미묘한 온도 변화가 자막에서는 그냥 사라져 버리고, 한국어를 모르는 시청자는 왜 갑자기 두 사람 사이 공기가 달라졌는지 눈치채기 어렵다.

실제로 스트리밍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번역이 지나치게 직역 위주라 문화적 뉘앙스를 놓친다는 지적이 콘텐츠 업계 쪽에서도 종종 나온다.

네 번째는 역시 재벌 집안 설정이다.

3대째 회장 자리를 물려받고 정치인이랑 얽혀 있고, 회사 하나가 나라 경제를 흔든다는 설정을 보면 미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과장된 판타지로 느껴지기 쉽다.

근데 이 부분은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흥미롭다.

소수 대기업 그룹의 매출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고, 그 안에서 경영권이 가족 안에서 대물림되는 구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여러 경제 관련 자료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라마 속 재벌 설정이 순수한 허구는 아니라는 걸 알면 보는 재미가 또 달라진다.

이런 문화적 코드를 모르고 보면 그냥 낯선 장면일 뿐인데, 배경을 알고 나면 그 장면이 왜 거기 있는지 이해가 되면서 드라마가 훨씬 재밌어진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시청 데이터를 보면 한국 콘텐츠가 전체 시청 시간의 8~9%를 차지해서 미국 다음으로 2위고, 영국의 7~8%나 일본의 4~5%보다도 앞선다.

이 숫자를 보고 나니 낯선 문화 코드 몇 개쯤은 다들 배워가면서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든 드라마든, 숫자로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면을 자막으로 대충 넘기지 말고 왜 저러는지 한 번쯤 찾아보고 보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그래야 그 장면이 오글거리는 클리셰가 아니라 다른 문화의 언어로 보이기 시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