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친구가 전화를 했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력서를 스무 군데 넣었는데 연락 오는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요즘 채용 시장이 원래 이렇게 냉정하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채용 담당자가 이력서 한 장을 보는 시간이 6초밖에 안 된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설마 싶었는데, 찾아보니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수치는 2012년 채용 플랫폼 더래더스가 채용 담당자들의 시선을 추적해서 내놓은 조사에서 나온 겁니다. 이후 2018년에 같은 방식으로 다시 조사했더니 평균 시간이 7.4초로 조금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 짧은 시간이 이력서를 꼼꼼히 읽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계속 읽을지 말지를 정하는 첫 번째 관문일 뿐이고, 통과한 이력서만 그 뒤에 훨씬 더 긴 검토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그 몇 초 사이에 채용 담당자의 눈은 정확히 어디로 가는 걸까요. 더래더스 조사에 따르면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이 이름, 현재 직함과 회사명, 이전 직함, 근무 기간, 학력 이 몇 가지에 집중됩니다.
시선이 움직이는 순서도 나와 있는데, 먼저 현재 직함과 회사를 본 다음 바로 위에 있는 이전 직함으로 넘어갑니다. 그러고 나서 눈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근무 시작일과 종료일을 확인하는데, 이건 경력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이어졌는지를 보려는 겁니다.
그 다음에야 눈이 아래로 내려가 학력을 확인하고 끝이 납니다. 결국 6초 동안 실제로 읽히는 부분은 이력서 상단, 그중에서도 직함과 회사, 날짜뿐이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이 문제인데... 그래도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상단에 자기소개 문장을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최근 두세 개 직함과 회사명, 재직 기간부터 한눈에 들어오게 배치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이력서에는 나이나 사진, 결혼 여부 같은 개인 정보를 아예 넣지 않는 것이 관행입니다. 채용 담당자의 시선이 꼭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되게 하려는 장치이니, 짧은 6초 동안 굳이 불필요한 항목으로 공간을 채울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요즘은 대기업 채용의 상당수가 지원자 추적 시스템, 흔히 ATS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먼저 거칩니다. 정해진 형식에서 벗어난 이력서는 사람 눈에 닿기도 전에 걸러질 수 있어서, 표나 그래픽이 많은 디자인보다 단순한 한 단 구성이 여전히 무난한 선택으로 꼽힙니다.
이 시스템은 사람보다 먼저 직함을 읽는다고 합니다. 실제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채용 공고에 쓰인 표현에 맞춰 직함 문구를 살짝 다듬어보는 것도 걸러지지 않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도 예전에 이력서에 표와 그래픽을 잔뜩 넣었다가 나중에 다 지운 적이 있습니다. 보기에는 그럴듯했는데, 정작 중요한 정보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시간 순서대로 경력을 나열하는 역순연대기 형식이 채용 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어디를 먼저 보여줄지 순서를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친구에게는 일단 이력서 맨 위 세 줄만 다시 보라고 했습니다. 최근 직함과 회사, 재직 기간이 한눈에 들어오는지, 그 위에 불필요한 문장이 시선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해보라고 했죠.
참고로 6초라는 관문을 넘긴 이력서는 그 뒤로 훨씬 더 꼼꼼한 검토를 받게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처음 몇 초만 잘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경력을 제대로 읽어볼 기회가 생기는 셈입니다.
6초든 7초든 그 시간 자체를 늘릴 방법은 없습니다. 대신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정보가 눈에 들어오게 할지는 지원자가 손볼 수 있는 부분이니, 결과가 안 좋다고 자책하기 전에 이력서 상단부터 다시 점검해보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SunnyRoad
DallasDream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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