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저장될 때 물리적인 질량이 늘어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면, 저장된 정보가 늘어날수록 (즉 하드디스크나 메모리에 남아 있는 전자 배열이 바뀌면서) 에너지가 아주 미세하게 증가하고, 아인슈타인의 E=mc² 법칙에 따라 질량도 극도로 소량이지만 ‘증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간단한 예시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1. 먼저 한 비트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대충 추정해봅시다. 여러 논문이나 추정치에 따르면, 한 비트를 바꿀 때 드는 에너지는 대략 10^-15 J 정도로 잡기도 합니다.

  2. 질량으로 환산하려면, E=mc²에서 m=E/c²이므로, 10^-15 J를 빛의 속도(약 3×10^8 m/s) 제곱으로 나눕니다.

    • 대략 10^-15 J / (9×10^16 m²/s²) = 10^-32 kg 수준입니다(조금 더 정확히는 1×10^-32 kg 부근).

  3. 즉, 한 비트가 저장될 때마다 이론적으로 약 10^-32 kg 정도 질량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제 이런 식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를 모두 합쳐보겠습니다. 요즘 전 세계 데이터량을 수십에서 수백 제타바이트(ZB, 1 ZB=10^21 바이트) 정도로 추정하니, 예를 들어 200 ZB 정도라고 가정해 봅시다.

  • 200 ZB = 200 × 10^21 바이트

  • 1 바이트 = 8비트이므로, 총 비트 수 = 200 × 10^21 × 8 = 1.6 × 10^24 비트

이 비트 하나하나마다 10^-32 kg이 늘어난다고 치면, 전부 합쳐서 1.6 × 10^24 × 10^-32 = 1.6 × 10^-8 kg, 즉 1.6×10^-5 g 정도가 됩니다. 수치상 대략 0.000016 g 정도죠. (계산 가정이나 추정 에너지를 다르게 잡으면 결과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양은 머리카락 하나의 몇만 분의 일 정도도 안 되는 수준이니, 사실상 “질량이 늘어난다”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양입니다. 요약하자면:

  1. 이론적으로는 데이터가 늘어날 때 에너지가 조금 더 들어가고, 질량이 미세하게나마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2. 그러나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작아서, 일상적인 감각이나 측정 장비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3. 전 세계 모든 저장장치에 담긴 데이터를 통째로 계산해 봐도, 실질적으로 몇 만 분의 1g 수준(또는 그 이하)에 불과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저장장치 질량이 늘어난다”는 말은 맞지만, 그 차이가 너무나 작아서 실제 생활이나 과학 실험에서도 감지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일종의 과학적 호기심 거리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