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파소가 어떤 사람에게 맞는 도시인지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 El Paso - 1

엘패소에 대해 집값부터 생활비, 일자리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왔는데 결국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엘패소가 나한테 맞는 도시인가?"

미국에서 어디가 살기 좋으냐는 질문만큼 답하기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LA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복잡해서 죽어도 못 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스가 천국이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덥고 심심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죠. 엘패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생활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엘패소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평균보다 생활비가 약 12% 낮고 특히 주거비가 상당히 저렴합니다.

텍사스라 주 개인소득세도 없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매달 나가는 돈을 줄이면서 자산을 모으겠다는 사람에게는 꽤 현실적인 도시입니다.

직업도 중요합니다. Fort Bliss라는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기 때문에 군 관련 직종과 연방정부 관련 일자리가 있고, 의료와 교육, 물류 분야도 지역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런 분야에 이미 경력이 있다면 엘패소 정착을 생각해볼 만합니다.

반대로 IT나 금융, 대형 테크기업, 스타트업 쪽에서 계속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을 높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댈러스나 오스틴, 휴스턴처럼 선택지가 많은 고용시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사람에게 엘패소가 오히려 더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도시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생활비는 엘패소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씨도 사람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갈립니다.

엘패소는 맑은 날이 많은 건조한 사막 기후입니다. 습한 날씨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텍사스 동부보다 편할 수 있습니다. Franklin Mountains State Park가 도시 안에 있고 하이킹과 사막 트레일을 즐기기도 좋습니다. 산 좋아하고 사람 북적거리는 것보다 조용히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생각보다 재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대신 여름 더위는 각오해야 합니다. 100°F를 넘는 날도 흔합니다. "그래도 건조하니까 괜찮겠지" 하는데 100도가 넘어가면 건조하고 습하고를 떠나서 덥습니다.

자동차도 사실상 필요하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Sun Metro가 있지만 대중교통만으로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도시입니다. 뉴욕처럼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고 걸어서 장보고 식당 가는 생활을 원한다면 엘패소와는 맞지 않습니다.

한인 입장에서는 이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LA나 댈러스처럼 큰 한인마트가 여러 개 있고 한국 식당과 병원, 학원, 교회가 몰려 있는 생활환경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 음식과 한국 사람을 가까이 두고 사는 것이 중요한 분에게는 상당한 단점입니다.

결국 엘패소는 화려한 도시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생활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 잘 맞습니다.

집 때문에 인생 전체를 모기지에 걸고 싶지 않고, 출퇴근 경쟁에 시달리는 것도 싫고, 주말이면 산에 한번 다녀오고 조용하게 자기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 말입니다.

반대로 높은 연봉과 빠른 커리어 이동, 다양한 문화생활과 큰 한인사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텍사스 대도시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엘패소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도시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꼭 비싼 도시에 살아야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볼 만한 도시입니다. 많이 벌어 많이 쓰는 삶보다 적당히 벌어도 내 집 마련하고 여유 있게 사는 삶을 원한다면, 엘패소의 장점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