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빈민촌을 일컫는 ghetto와 hood의 뜻은 비슷해 보여도 단어자체가 주는 느낌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흔히 미국 영어회화에서 미국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ghetto는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입니다.

못사는 동네를 말하는 ghetto라 어원은 중세 베네치아에서 유대인들이 모여 살도록 지정된 구역을 뜻하던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만든 ghetto는 폴란드와 동유럽을 점령한 뒤 유대인들을 기존 거주지에서 강제로 끌어내 좁고 열악한 구역에 몰아넣었는데, 이것이 바로 전쟁사에서 악명 높은 유대인 게토입니다.

대표적으로 바르샤바 게토는 담장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채 외부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고, 먹을 것과 의약품 공급도 제한돼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다 유럽 곳곳에서 '소수 집단이 몰려 사는 동네'라는 의미로 확장되었고,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흑인, 이민자, 저소득층이 집중된 동네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산업화 시절엔 "여긴 기회가 적어서 가난이 눌러앉은 동네"라는 뉘앙스였고, 80~90년대엔 힙합 문화와 영화의 영향으로 "거칠고 생존 본능이 강한 지역"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ghetto라고 하면 단순히 가난한 지역이 아니라, 역사·문화·사회적 현실이 뒤섞인 아주 미국적인 표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지역을 ghetto라고 부르면, 그냥 위험하다를 넘어서 "가난과 범죄가 고착된 구역"이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반면 hood는 조금 더 생활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neighborhood에서 나온 표현이라서, 거칠지만 사람 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섞여 있습니다. 이 말은 힙합 문화와 함께 널리 퍼지면서 약간의 자조, 유머, 정체성까지 포함하게 되었고, 누구는 "나는 hood에서 컸다"라며 일종의 자부심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hood는 위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동네'라는 친근한 요소도 함께 있습니다. 결국 ghetto는 도시 문제의 무게가 크게 실린 단어이고, hood는 그보다는 더 젊고 거리 감성이 강한 표현이라 휴스턴 사람들도 두 단어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합니다.

이제 휴스턴 지역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도시는 텍사스 주에서 손 꼽히는 아주 잘사는 동네도 많지만 동시에 ghetto, 이른바 hood라고 불리는 취약 지역도 넓게 퍼져 있는 도시입니다. 실제로 리버오크스, 메모리얼, 웨스트유니버시티, 벨레어 같은 동네는 억대 연봉자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밀집해 있고 주택 가격도 매우 높습니다. 고급 레스토랑과 쇼핑센터, 잘 관리된 주택가가 이어지는 이 지역들은 누가 봐도 안정적이고 부유한 동네입니다.


하지만 휴스턴 잘사는 지역 바로 옆 몇 블록만 이동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휴스턴은 오래전부터 소득 격차가 뚜렷한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특정 ZIP코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해리스 카운티 전체가 넓고 인구도 많다 보니, 높은 치안 수준의 동네와 그렇지 못한 동네가 뒤섞여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5th Ward, 3rd Ward, Sunnyside, Gulfton 같은 지역은 전통적으로 저소득층 거주 비율이 높고, 오래된 아파트나 관리가 안 되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경제적 기회가 부족하고 인프라 투자가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진 이 지역들은 오랫동안 범죄율과 빈곤율이 동시에 높은 곳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지역은 리모델링과 재개발이 진행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휴스턴도 이렇게까지 대비되는구나'라고 느낄 만큼 큰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지역적 차이가 단순히 도심과 교외를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휴스턴은 정식으로 zoning 규제가 거의 없는 도시여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뒤섞여 있고, 고급 타운하우스 옆에 저렴한 아파트가 붙어 있는 풍경도 흔합니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 이사 오는 사람들은 '여긴 안전한가?', '밤에 돌아다녀도 되는가?'를 동네별로 확인하려고 합니다. 같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최신 고급 아파트가 늘어서 있고, 반대편은 낡은 주택가와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대비 때문에 휴스턴 사람들은 특정 지역을 이야기할 때 ZIP코드나 정확한 거리명을 함께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스턴은 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계속 변화하고 있는 곳입니다.

수많은 이민자와 젊은 직장인들이 몰려오고 새로운 개발이 이어지면서 과거에 위험하다고 불렸던 지역도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 전반에 걸쳐 소득과 환경 격차가 크게 존재하며, 이 대비가 휴스턴을 상징하는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