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조지아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마블의 역작 - Atlanta - 1

2018년 개봉한 마블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와칸다였다.

저런 나라가 진짜 아프리카 어디쯤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산도 있고, 초원도 있고, 왕궁도 있고, 최첨단 비행선까지 날아다닌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와칸다의 상당 부분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미국 조지아에서 만들어졌다.

영화의 주요 촬영 거점은 당시 파인우드 애틀랜타 스튜디오(Pinewood Atlanta Studios)였다.

지금은 트릴리스 스튜디오(Trilith Studios)라는 이름으로 바뀐 대형 영화 제작 단지다. 다만 위치는 애틀랜타 시내나 더글러스빌이 아니라 애틀랜타 남쪽 페이엣빌(Fayetteville) 쪽이다.

여기에 거대한 세트를 만들어 놓고 와칸다 왕궁 내부와 연구시설, 각종 전투 장면을 촬영했다.

우리가 극장에서 보면서 "아프리카 어디서 저런 곳을 찾아냈지?" 했던 장면 상당수가 사실 조지아에서 세트와 CG의 힘으로 탄생한 것이다. 영화가 사람 눈을 얼마나 제대로 속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감독은 라이언 쿠글러, 주인공 티찰라는 고 채드윅 보즈먼이 맡았다.

여기에 마이클 B. 조던, 루피타 뇽오, 앤젤라 배싯, 포레스트 휘터커 등이 합류했다.

특히 마이클 B. 조던이 연기한 킬몽거는 단순히 "나쁜 놈 하나 등장했습니다" 수준의 악당이 아니었다.

왜 저렇게까지 분노하게 됐는지 관객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영화가 끝나고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흥행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북미에서만 7억 달러를 넘겼고 전 세계 흥행 수입은 13억 달러를 넘어섰다.

더 놀라운 것은 슈퍼히어로 영화로서는 드물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까지 올랐다는 점이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블랙 팬서가 특별했던 이유는 돈을 많이 번 영화라서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전통문화에 미래 기술을 섞은 아프로퓨처리즘을 대중영화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왔다.

"만약 아프리카의 한 국가가 식민지배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엄청난 기술문명을 발전시켰다면?"이라는 상상을 제대로 펼쳐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상상의 공장이 바로 조지아에 있었다.

조지아가 이렇게 영화판에서 커진 데는 세금 혜택의 힘도 컸다. 2008년 영화·TV 제작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강화하면서 제작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블랙 팬서뿐 아니라 어벤져스 시리즈와 여러 마블 작품이 조지아에서 제작됐다.

그래서 요즘 애틀랜타를 보면 코카콜라와 CNN, 남부의 대도시 정도로 생각하지만 영화업계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길 하나 건너고 창고 같은 스튜디오 문 하나 열었더니 우주가 나오고, 슈퍼히어로가 나오고, 아프리카 최강의 가상국가 와칸다가 튀어나온다.

와칸다 포에버를 외쳤던 그 영화, 알고 보니 뒤에서는 조지아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