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주 꽃이라고 하면 장미처럼 화려하고 쨍하게 피어야 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막상 조지아의 주 꽃을 보면 체로키로즈 (Cherokee Rose)라고 하는데 생긴 건 정말 소박해요.

꽃잎은 새하얀데 노란색 꽃술이 있는 중심부분이 보이고 그냥 멀리서 보면 그냥 들꽃처럼 수줍게 피어 있는 정도거든요.

누가 "주 꽃"이라고 이름표를 붙여놓지 않으면 시큰둥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꽃이에요.

그런데 이 꽃이 조지아의 상징이 된 이유를 알아보니까 그냥 예쁘다고 뽑힌 게 아니라 아픈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체로키로즈는 1916년에 조지아의 공식 꽃으로 지정됐는데 체로키 족이 강제로 이주하게 된  '눈물의 길'을 상징한다고 해요.

당시 체로키 사람들이 서쪽으로 끌려가는 길에 꽃잎처럼 하얀 슬픔이 내려앉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원래 이 지역은 체로키족이 살던 땅이었는데, 19세기 초반 미국 정부가 개발과 백인 정착을 이유로 그들을 서쪽으로 강제로 내쫓기 시작했죠.

그 과정이 바로 '눈물의 길'이라고 불리는 강제 이주였고, 조지아 북부에서 오클라호마까지 걸어가는 동안 추위, 굶주림, 질병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체로키 사람들에게 조지아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삶의 중심이었는데 강제로 떠나야 했던 거예요.

지금 조지아 곳곳에는 이 역사를 기억하는 유적지와 기념물이 남아 있습니다.

어쩌다 보게되는 표지판 하나만 봐도 그때의 아픔이 고요하게 스며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조지아의 땅에는 지금도 체로키 사람들의 발자국과 눈물이 남아 있는 셈이죠.

그래서 이 꽃을 보면 그들의 고통과 눈물이 겹쳐진다고들 해요. 더 놀라운 건 이 꽃이 애초에 조지아 토종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름도 체로키이고 역사속에도 체로키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데, 알고 보면 아시아에서 들어온 외래종이라니까요.

미국 땅에 살던 원주민의 아픔을 상징하는 꽃이 정작 그 땅 출신이 아니었다는 거 아이러니하죠?

마치 낯선 땅에서 억지로 살게 된 체로키 사람들처럼, 이 꽃도 고향이 아닌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이 꽃을 보면 "아름다워서 주 꽃이 된 게 아니라 버텼기 때문에 주 꽃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 꽃은 무조건 화려하고 자랑스럽기만 해야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미국 여러 주를 보면, 투박한 꽃, 흔한 꽃도 많아요.

그게 별 의미 없어 보여도 알고 보면 다 그 지역의 기억과 이야기를 끌어안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