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퍼 레터를 받는 순간의 기분은 다들 비슷하다. 안도감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숫자를 제대로 뜯어보기도 전에 "네, 좋습니다"라는 말부터 나온다.
문제는 이 첫 반응이 커리어 전체에서 가장 비싼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쥼 지니어스가 2025년에 미국 정규직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퍼센트가 첫 연봉 오퍼를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절반 넘는 사람이 회사가 부른 첫 숫자를 최종 숫자로 착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협상을 시도한 사람들의 결과를 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연봉을 협상한 사람은 처음 제시받은 금액보다 평균 18.83퍼센트를 더 받았다.
계산해보면 체감이 온다. 7만 달러짜리 오퍼를 그냥 받았다면, 협상했을 때는 평균적으로 8만 3천 달러 선까지 올라간다는 뜻이다.
1년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아픈 부분이다. 이후 연봉 인상은 대부분 현재 기본급에 퍼센트를 곱해서 계산되고, 다음 이직 협상의 기준선도 지금 받은 숫자에서 출발한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7퍼센트는 협상을 안 했거나, 조금만 더 불러볼 걸 그랬다고 후회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일단 받자"는 선택이 나중까지 남는다는 얘기다.
회사 인사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채용 담당자 2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고용주의 45퍼센트가 처음부터 협상이 들어올 것을 감안해 오퍼 금액을 설정한다고 답했다.
즉 첫 제시액은 회사가 줄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니라, 협상 여지를 깔아둔 시작점에 가깝다. 예산 밴드를 짤 때부터 카운터 오퍼를 감안해 중간 이하 숫자를 먼저 던지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도 지원자 다수는 "혹시 오퍼가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냥 사인해버린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2022년 미국 성인 1,524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걱정이 과장돼 있다는 게 드러난다. 연봉이나 복지, 혹은 둘 다를 놓고 카운터를 제시한 사람 중 85퍼센트가 최소한 요청한 것의 일부는 받아냈다.
반면 같은 조사 응답자의 58퍼센트는 협상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 첫 제안을 그냥 수락했다. 정중하게 숫자 조정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오퍼가 철회되는 경우는, 지원자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드물다.
채용 절차를 여기까지 끌고 온 회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사람을 구하는 쪽이 훨씬 손해이기 때문이다. 면접, 스크리닝, 내부 승인까지 들어간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후보자 한 명을 놓치는 게 더 아깝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눈에 띈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은 51퍼센트, 여성은 39퍼센트가 협상을 시도했다.
다만 시도했을 때 성공률은 여성 쪽이 82퍼센트로, 남성의 76퍼센트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시도하는 사람 수는 적어도, 일단 시도하면 결과는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니 협상을 망설이는 이유가 "괜히 나섰다가 인상이 나빠질까봐"라면, 데이터상으로는 근거가 약한 걱정이다.
실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오퍼를 받은 그 통화 자리에서 바로 답하지 않는 것이다.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고, 이건 업계 어디서나 통하는 표준 절차에 가깝다.
서면으로 오퍼를 받은 다음, 최소 하루 이틀은 시장 조사와 계산에 쓰는 게 맞다. 그 시간을 안 쓰고 통화 중에 바로 답하는 순간 협상 카드는 이미 사라진다.
그 다음엔 기본급만 볼 게 아니라 사이닝 보너스, 유급휴가, 재택 근무 일수까지 패키지 전체를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기본급 인상이 막히는 자리라면, 시작일이나 보너스, 재택 조건에서 대신 받아낼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마다 조정 가능한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뭐 하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숫자로 근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업계, 비슷한 경력대의 시장 임금 범위를 미리 확인해두면 협상 테이블에서 훨씬 유리해진다.
막연히 "더 주세요"보다 "이 직무, 이 경력대 시장가는 이 구간"이라고 근거를 대는 쪽이 인사팀 입장에서도 검토하기 쉽다.
경쟁 오퍼가 있다고 거짓말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나중에 확인되면 신뢰를 통째로 잃는 리스크가 훨씬 크고, 업계가 좁을수록 그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퍼진다.
모든 자리에서 협상 여지가 큰 것도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호봉제 기반 조직은 애초에 밴드가 고정돼 있어 여지가 좁은 편이다.
그런 경우엔 기본급 대신 근속 인정이나 휴가 일수처럼 규정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항목을 찾는 게 더 현실적이다.
반대로 스타트업이나 성과 기반 조직은 개별 협상 폭이 넓은 편이라 준비한 만큼 결과 차이가 크게 난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결론은 단순하다. 데이터가 이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협상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나라면 오퍼 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사인하지 않는다. 최소 하루는 검토 시간을 갖고, 시장 숫자부터 확인한 다음에 답한다.
첫 오퍼는 시험 성적표가 아니라 협상의 시작점일 뿐이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통장 잔고는 몇 년 뒤 꽤 벌어져 있을 거다.

다리미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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