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 축제, 경마부터 음악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이벤트들 - Lexington - 1

렉싱턴에 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게 있는데, 이 도시는 은근히 연중 행사가 풍성합니다.

말의 도시, 버번의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조용한 전원 도시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살아보면 봄부터 겨울까지 꼭 챙겨봐야 할 연례 행사들이 달력에 빼곡합니다. 연간 주요 행사들을 시즌별로 정리해봤습니다. 🐎

봄의 시작을 알리는 건 단연 키넬랜드(Keeneland) 봄 경마 시즌입니다.

보통 4월 초부터 약 4주간 열리는데, 이 기간에는 렉싱턴 전체가 경마 분위기로 들썩입니다.

키넬랜드는 미국 내에서도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한 경마장입니다.

상업 광고 없이 운영되고, 경마 중계 아나운서도 없이 자연 그대로의 소리만 나오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관람객들은 정장을 갖춰 입고 오는 경우가 많아 마치 영국 애스코트 느낌도 납니다.

봄 시즌에는 Ashland Stakes, Transylvania Stakes 등 켄터키 더비 전초전 레이스들이 열려 마니아들이 전국에서 모여듭니다.

일반 관람객도 $5 입장료만 내면 잔디밭에 피크닉 매트 깔고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어 가족 나들이로도 완벽합니다.

여름에는 레일버드 뮤직 페스티벌(Railbird Music Festival)이 빠질 수 없습니다.

레드마일 경마장(The Red Mile Racetrack)을 무대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인디, 록, 컨트리, 블루그래스 장르를 아우르는 대형 음악 축제입니다.

렉싱턴 축제, 경마부터 음악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이벤트들 - Lexington - 2

경마장 트랙 안쪽의 넓은 잔디밭이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풍경이 독특합니다.

매년 여름에 열리며, 2일에 걸쳐 다수의 메인 스테이지·사이드 스테이지 공연이 이어집니다.

켄터키 버번과 로컬 푸드 부스도 함께 운영되어 음악과 먹거리를 동시에 즐기는 구성입니다. 6월에는 켄터키 호스파크에서 블루그래스 페스티벌(Festival of the Bluegrass)도 열립니다. 블루그래스 음악의 본고장 켄터키에서 즐기는 블루그래스 페스티벌은 이 지역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캠핑을 하며 3~4일간 머무는 참가자들도 많아 분위기가 아주 자유롭습니다.

가을에는 키넬랜드 가을 경마 시즌이 다시 돌아옵니다. 10월 한 달간 열리는 가을 시즌은 봄보다 더 화려한 레이스들이 편성되는 편입니다.

단풍이 물드는 켄터키 블루그래스 지역의 풍경과 어우러져 경마장 자체가 하나의 풍경화가 됩니다. 이 시기에 키넬랜드 근처 말 농장 드라이브를 함께 즐기면 켄터키 가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또한 연간 키넬랜드 세일(Keeneland Sales)이 열립니다.

전 세계 경주마 바이어들이 모이는 이 경매 행사는 수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계 최대 경주마 경매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도 경매장에 입장해 관람할 수 있으며, 말 산업의 규모를 실감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됩니다.

겨울은 주로 UK 농구 시즌이 최고의 볼거리입니다. 켄터키 와일드캐츠 농구는 렉싱턴 시민들에게 종교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루프 아레나의 홈게임은 거의 매번 매진이고, 빅 블루 네이션(Big Blue Nation)의 열기는 처음 보면 압도될 정도입니다.

12월에는 애쉬랜드 저택(Ashland Estate)에서 크리스마스 앳 애쉬랜드(Christmas at Ashland) 행사가 열립니다. 19세기 정치인 헨리 클레이의 사저였던 이 저택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개방됩니다. 렉싱턴의 역사와 명절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늑한 행사입니다. 렉싱턴 생활이 조용하기만 할 것 같지만, 연간 이벤트 달력을 채우다 보면 쉬는 달이 거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