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취업. 회사가 절대 안 자르는 직원이 되라  - New York - 1

뉴욕에서 HR 쪽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채용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도 직장생활을 오래 해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예전에는 사람을 뽑을 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경력이 몇 년인지, 전에 어떤 회사에서 일했는지부터 봤다.

인턴쉽 경력 그리고 자격증 하나 더 있는 것도 경쟁력이었다. 지금도 물론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만 가지고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요즘 회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AI를 이용해서 일을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ChatGPT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해서 특별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도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저 ChatGPT 사용할 줄 압니다"라는 말은 "인터넷 검색할 줄 압니다"라는 말과 차이가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자기 업무에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다.

예를 들어 마케팅 경력 7년인 직원 두 명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경쟁업체 조사하고, 시장 자료 찾고, 엑셀 정리하고, 보고서 만드는 데 이틀이 걸린다.

다른 사람은 AI를 이용해서 몇 시간 만에 기초자료를 정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료가 맞는지 검증하고 전략을 짠다.

결과물의 수준이 비슷하다면 회사가 누구를 더 높게 평가할지는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AI가 써준 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가져오는 사람은 오히려 오래 버티기 어렵다.

AI가 얼마나 자신 있게 틀린 이야기를 하는지 조금만 사용해본 사람은 안다.

자기 분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AI를 사용해야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AI만 잘 다루는 사람은 결국 남이 만들어준 답안지를 들고 다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회사에서 가치가 높아지는 사람은 자기 일을 제대로 알고, AI를 사용할 줄 알고, 마지막 판단은 자기 머리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시키지 않아도 움직이는 사람이다.

회사생활 오래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그냥 맡은 일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상사가 "지난달 고객 자료 좀 분석해서 금요일까지 가져와"라고 해야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자료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지난달부터 고객 이탈률이 올라가는데 원인을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가치가 같을 수가 없다.

특히 AI가 발전할수록 시킨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시킨 일을 처리하는 능력 자체를 AI가 빠르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정리하고, 이메일 초안 만들고, 회의 내용 요약하고, 경쟁업체 조사하고, 기본적인 보고서 만드는 일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해준다.

그러면 결국 사람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이다.

문제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AI가 내놓은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는 자기 이름을 걸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회사에서 정말 내보내기 어려운 사람은 혼자서 두세 사람 몫을 처리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까지 가져오는 사람이다.

AI가 이상한 답을 내놓으면 바로 잡아내고, 고객 앞에서는 사람답게 설명하고, 동료와는 제대로 협업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생각해야 한다.

"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말은 이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회사는 열심히 일한 시간을 사는 곳이 아니라 결과를 사는 곳이다.

내가 들어온 뒤 업무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비용을 얼마나 아꼈는지,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 고객 이탈을 얼마나 줄였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AI를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AI까지 이용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 상대는 AI가 아니다.

나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AI까지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몇 년은 아마 그 차이가 직장에서 사람의 몸값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