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유명인의 부고 기사를 보면 나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향년 95세.
향년 97세.
향년 99세.
향년 100세.
불과 이십 년 전만 해도 80세를 넘기면 장수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90세를 넘어도 "오래 사셨네" 정도의 반응이 나오고, 100세를 채운 뒤 세상을 떠나는 유명 인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는 소식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때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8년 넘게 연준 의장을 맡았습니다. 미국 대통령만 네 명을 거치며 경제 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사실 이 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경제적 업적보다도 그의 나이였습니다.
"100세까지 살았다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욱 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학 기술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과거에는 단순한 폐렴이나 감염병도 치명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항생제와 백신이 발전했고 심장 질환, 당뇨, 고혈압도 꾸준히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암 치료 기술 역시 과거보다 크게 발전했습니다.
60대에 사망하던 질병으로 이제는 80대, 90대까지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생활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깨끗한 수돗물, 냉장고 보급, 영양 상태 개선, 금연 문화 확산 등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평균 수명을 크게 늘렸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1970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60세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80세를 훌쩍 넘었습니다.
한 세대 만에 20년 이상 수명이 늘어난 셈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 90대 후반에 접어든 세대 자체가 많다는 점입니다.
1920~193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세계 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세대입니다. 지금 그 세대가 90대 후반과 100세 전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수 관련 뉴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여유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명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들은 일반인보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기 검진과 전문 의료진의 관리도 꾸준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고 기사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나이가 더욱 높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오래 산 사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100세까지 산 사람보다 무엇을 남겼는지를 기억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그를 미국 경제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또 누군가는 금융위기의 씨앗을 만든 사람이라고 비판합니다.
평가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을 살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남긴 흔적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말 100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살고,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느냐일지도 모릅니다.
100세 인생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
어쩌면 앞으로는 향년 105세, 110세라는 뉴스도 지금보다 훨씬 자주 보게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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