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한국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4배 높은 이유  - Palisades Park - 1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라는 뉴스 이젠 하도 들어서 별로 놀라지도 않게되는 지경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평균의 두 배라니, 참... 말문이 막히죠.

그런데 남자 자살률이 여자보다 무려 네 배가 높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남자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하고 속앓이는 지독하리만치 닮았습니다.

겉으론 멀쩡한 척, 강한 척 다 하는데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면서 혼자 버티는 남자들이 참 많아요.

"사내자식이 뭘 그런 걸 가지고..."

우리 어릴 때부터 뭘 들으면서 컸습니까. "남자는 우는 거 아니다", "가족은 네가 책임져야지", "약한 소리 하지 마라".

이걸 항상 들으면서 자랐잖아요. 그러니 힘들어도 지쳐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한 자락을 못 합니다.

마음이 한계에 부딪혀도 병원이나 상담소 문을 두드릴 생각은 안 하고 그냥 혼자 삭이고 참는 걸 무슨 미덕처럼 알아요.

여기 미국 남자들도 정신건강 상담받으러 가는 비율이 여자들보다 확실히 낮고 그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나이 들수록 더 지독해지는 '외로움'이라는 병

이게 참 신기한데 나이 먹을수록 옆에 사람이 하나둘 사라져요.

먹고사느라 바빠서 회사랑 집만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속마음 털어놓을 친구가 한 명도 안 남았더라고요.

여기 뉴저지에 살면서도 그렇네요. 포트리, 팰리세이즈파크 사는사람 좀 알지만 정작 주말에 소주 한잔하자고 부를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 은퇴하거나 이혼 같은 풍파라도 한번 맞으면, 사회적 절벽 아래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걸 아예 '외로움의 대유행(Loneliness Epidemic)'이라 부르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뤄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틈을 타서 우울감이랑 절망이 소리도 없이 목을 조여오거든요.

언제나 주변에서는 돈, 돈, 돈

한국 사는 것도 늘 전쟁이죠.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에, 숨 막히는 교육비에, 끝도 없는 경쟁에 남자들 숨이 턱턱 막혀요.

근데 미국이라고 무슨 낙원인 줄 아세요? 천만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갚아야지, 애들 학비 대야지, 여기 의료비는 또 얼마나 살벌합니까.

감기 한번 잘못 걸리면 청구서 보고 더 아파요. 거기다 내 노후까지 챙겨야 하니 밤에 잠이 옵니까.

특히 저처럼 타국에서 '이민자'라는 이름표 달고 사는 한국 남자들은 여기에 언어 장벽에 문화 차이까지 얹혀요.

회사에서 억울한 일 당해도 영어로 딱 부러지게 따지지도 못하고 속으로 삼키는 날, 그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분노'랑 '술'의 악순환

남자들이 입에 뭘 달고 삽니까. "괜찮아", "별일 아냐". 근데 속은 이미 무너지고 있어요.

남자 우울증은 여자들처럼 눈물로 안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고, 주말 내내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아니면 술이랑 일에 미친 듯이 파묻히고 반복됩니다.

만성 피로, 집중력 뚝 떨어지고, 뭘 해도 의욕이 안 나고... 이거 다 마음이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예요.

SOS라고요.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게 아닙니다.

"몸 아프면 병원 가듯, 마음 아플 때도 손 내미세요"

미국 살면서 부러웠던 문화가 하나 있어요. 여기선 정신과 상담받고 심리 치료받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확실히 적어요.

넥타이 맨 회사원도, 덩치 큰 사업가도, 심지어 거친 군인들도 "요즘 마음이 좀 힘들어서 세러피(therapy) 받는 중이야" 이 말을 자주 덤덤하게 합니다.

감기 걸리면 내과 가듯, 마음 다치면 전문가 찾아가는 게 너무 당연한 동네예요.

우리 생각도 이제 진짜 바뀌어야 합니다. 가족 위해 밤낮없이 피땀 흘려 일하는 것만 책임이 아니에요.

내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것, 그게 가장으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진짜 책임입니다.

주말에 오랜 친구한테 먼저 전화 걸어서 "야, 소주 한잔하자" 하는 거. 동네 트랙이라도 나가서 걷기 시작하는 거.

그리고 아내한테 "여보, 나 실은 요즘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솔직하게 털어놓는 거.

이거 절대 못나서 그러는 거 아닙니다. 정말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선택이에요.

혹시 지금 주변에 갑자기 연락 뚝 끊긴 친구, 아니면 "요즘 사는 재미가 없다", "다 내려놓고 싶다" 이런 말 툭툭 던지는 동료 있습니까?

그냥 넘기지 마세요. "야 별일 없냐, 얼굴 한번 보자" 그 따뜻한 안부 전화 한 통이, 벼랑 끝에 선 남자 하나 붙잡는 동아줄이 될 수도 있어요.

진짜 강한 남자는 모든 짐 혼자 짊어지고 끙끙 앓는 미련한 사람이 아닙니다.

힘들 때 "나 지금 힘드니까 좀 도와줘" 하고 손 내밀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에요.

정신건강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감기처럼 찾아오는 건강의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 당연한 걸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날, 그 쓸쓸하고 안타까운 죽음들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