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월드시리즈 일정표를 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7차전 날짜가 10월 31일 토요일, 딱 핼러윈 밤이었거든요.
동네 애들이 사탕 바구니 들고 집집마다 도는 그 시간에 시즌 마지막 경기가 잡혀 있는 거다. 미국 아니면 나오기 힘든 조합 아닌가 싶다.
대진은 밀워키 브루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다. 두 팀 다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다.
브루어스는 1982년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에 올라왔다. 그해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7차전 끝에 졌다고 한다.
레이스는 2008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아메리칸리그 우승이다. 리그 챔피언십에서 클리블랜드에 1승 2패로 밀리다가 내리 세 판을 잡고 올라왔다.
브루어스는 정규시즌 103승 59패로 전체 승률 1위였다. 그래서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갔고, 6차전과 7차전은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다.
브루어스가 올라온 과정도 꽤 화끈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를 3승 1패로 넘고, 리그 챔피언십에서는 다저스를 4전 전승으로 눌렀다.
작년 우승팀을 한 경기도 안 내주고 보내버린 거다. 이 부분에서 진짜 놀랐다.
1, 2차전은 밀워키에서 브루어스가 연달아 가져갔다. 1차전은 3대 2, 2차전은 0대 4로 끌려가다가 5대 4로 뒤집었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탬파베이 홈에서 치르고, 다시 밀워키로 돌아와 6차전을 10월 30일 금요일에 하는 일정이다. 6차전과 7차전 모두 필요할 때만 열린다.
그런데 7차전은 시리즈가 끝까지 가야만 열리는 경기다. 일정표에 찍혀 있어도 결국 안 열릴 수 있는 날짜라는 뜻이다.
그래서 더 재밌다. 열리면 역사에 남는 밤이고, 안 열리면 그냥 평범한 핼러윈이다. 어느 쪽이든 손해 볼 건 없다.
찾아보니 월드시리즈가 핼러윈에 열린 건 생각보다 최근 일이었다. 첫 번째가 2001년 양키스와 다이아몬드백스의 4차전이다.
그해는 9.11 테러 때문에 시즌이 일주일 정도 밀렸었다. 그 바람에 가을야구가 10월을 넘어가 버린 거다.
그 4차전은 연장까지 가서 자정을 넘겼다. 데릭 지터가 11월 첫날 끝내기 홈런을 쳤고, 그때 붙은 별명이 미스터 노벰버다.
그 뒤로 2009, 2010, 2015, 2017, 2021, 2023년에 핼러윈 경기가 있었다. 작년 2025년에는 다저스가 토론토에서 6차전을 3대 1로 이기고 7차전을 다음 날로 넘겼다.
2017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핼러윈에 열린 6차전을 다저스가 이기면서 7차전이 다음 날로 밀렸다.
그러니까 내가 찾아본 기록으로는 핼러윈 밤에 7차전이 열린 적은 아직 없다. 이번에 성사되면 그게 처음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미국 사람들의 가을야구 감각이 좀 보인다. 한국에서 가을야구는 일단 진출하는 것 자체가 목표인 느낌이 강하잖아요.
미국은 같은 단어를 써도 무게가 다르다. 10월은 그냥 야구의 달이고, 그게 핼러윈이랑 겹치면 동네 전체가 두 가지 축제를 동시에 치른다.
보스턴 쪽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2013년 얘기부터 꺼낸다. 레드삭스가 10월 30일 펜웨이 파크에서 카디널스를 6대 1로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날이다.
펜웨이에서 우승을 확정한 게 1918년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핼러윈 바로 전날이었으니, 그해 이 동네 가을이 어땠을지는 안 봐도 그려진다.
그때 시리즈 MVP가 데이비드 오티즈였다. 지금도 보스턴에서 빅 파피 이름 꺼내면 다들 표정부터 달라진다.
이번 시리즈엔 보스턴 팀이 없는데도 주변 반응이 은근히 뜨겁다. 둘 다 첫 우승이 걸려 있으니 누가 이겨도 스토리가 된다는 거다.
나는 솔직히 밀워키 쪽에 마음이 간다. 44년 만에 올라온 팀이 우승까지 하면 그건 그냥 국룰급 해피엔딩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하나 있다. 7차전은 동부시간 저녁 8시 시작이라 사탕 나눠주는 시간이랑 정확히 겹친다.
현관문 열어두고 TV 소리 크게 틀어놓는 집이 꽤 나올 것 같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은 폰으로 점수 확인하느라 바쁠 거고요.
중계는 전 경기 FOX에서 하고, 스페인어 중계는 FOX Deportes다. 케이블이 없으면 스트리밍 FOX One으로 볼 수 있다.
나라면 그날 사탕 바구니는 현관 앞에 내놓고 라면 하나 끓여서 TV 앞에 앉겠다. 가을밤 야구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 맞다.
한인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벌써 7차전 가면 누구 집에서 볼지 얘기가 나왔다. 야구 룰 잘 모르는 친구도 이런 날은 꼭 끼고 싶어 하더라고요.
결국 미국 사람들한테 가을야구는 경기 결과만큼이나 그 시간을 누구와 보내느냐의 문제 같다. 핼러윈도 그렇고요.
7차전이 열리든 안 열리든 이번 일정표는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열린다면 사탕보다 라면, 코스튬보다 유니폼이다.

얄라엘레썽
햄스터헬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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