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젓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뚝배기 계란찜에 넣으면 최고 - Seattle - 1

미국에 살기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명란젓이 그렇게 비싼 음식은 아니었어요.

한인마켓에서 세일할 때 잘 보면 한성 명란젓 한 상자를 7달러 정도에 샀던 기억이 납니다.

냉장고에 하나 사다 놓고 뜨거운 밥에 조금씩 얹어 먹었는데 그때는 명란젓 먹으면서 비싸다는 생각까지는 별로 안 했어요.

그런데 요즘 한인마켓에 가보면 명란젓 앞에서 가격표를 한번 더 보게 됩니다.

예전에 7달러 정도 주고 샀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비슷한 제품이 두 배 넘는 가격에 팔리는 걸 보면 세월 참 많이 흘렀구나 싶어요.

명란젓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어리굴젓, 창란젓 같은 젓갈도 많이 올랐고 마른 오징어도 한 묶음 집으려다가 30달러가 넘는 가격을 보고 그냥 내려놓을 때가 있어요.

냉동 굴도 그렇고 맛김도 그렇고, 어째 한국바다에서 나오는 건 죄다 비싸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명란젓은 못 끊어요.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음식이라 기본적으로 짭조름하면서 감칠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많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따끈한 밥 한 숟가락에 명란 조금 올리고 참기름 한두 방울이면 그것만으로도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명란젓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뚝배기 계란찜에 넣으면 최고 - Seattle - 2

그런데 명란젓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제가 더 좋아하는 건 계란찜에 넣는 겁니다.

그것도 전자레인지에 후딱 돌리는 계란찜 말고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던 뚝배기 계란찜 있잖아요.

여기에 명란을 넣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계란 두세 개를 풀고 물이나 멸치육수를 조금 넣은 다음 명란젓을 잘게 풀어 넣어요.

명란 자체에 간이 되어 있으니 소금은 처음부터 많이 넣으면 안 됩니다. 파 조금 송송 썰어 넣고 뚝배기에 올려 약한 불로 익히면 됩니다.

끓기 시작하면 가장자리부터 몽글몽글 익는데 명란 알도 계란 사이에 퍼집니다. 그냥 계란찜은 부드럽고 담백하다면 명란 계란찜은 짭조름한 맛과 감칠맛이 하나 더 들어와요. 숟가락으로 푹 떠먹으면 포슬포슬한 계란 사이에서 명란 알이 살짝 느껴지고, 뜨끈하고 부드러워서 정말 호로록 넘어갑니다.

특히 겨울에는 이런 게 최고예요. 김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 하나 가운데 놓고 밥 한 공기 있으면 솔직히 반찬 여러 개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김치 하나 정도만 옆에 놓으면 저는 충분하더라고요.

명란젓 한 상자를 7달러에 사던 시절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먹는 방법까지 달라질 필요는 없잖아요.

뜨거운 밥에 그냥 얹어 먹어도 맛있고, 조금 남으면 옛날식 뚝배기 계란찜에 넣어 먹고요.

별것 아닌 음식 같은데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명란 계란찜을 한 숟가락 먹어보면 압니다.

비싼 외식보다 가끔 이런 옛날 집밥이 더 맛있을때가 있다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