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아침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져서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난방을 켰습니다. 송풍구에서 먼지 타는 냄새가 살짝 올라오길래 문득 필터를 언제 갈았는지 떠올려 봤어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꺼내 보니 회색을 넘어 거의 짙은 갈색이었고, 불빛에 비춰도 빛이 거의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러짜리 종이 한 장인데, 이걸 미루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이번에 차분히 찾아봤습니다. 정리해 두면 저도 내년에 덜 잊을 것 같아서요.
먼저 교체 주기입니다. ENERGY STAR는 필터를 매달 확인하고, 더러워 보이면 바로, 아무리 늦어도 3개월에 한 번은 바꾸라고 안내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필터가 막히면 공기 흐름이 느려지고, 시스템이 더 오래, 더 힘들게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겁니다.
그럼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미국 에너지부(DOE)는 막힌 필터를 깨끗한 것으로 바꾸면 에어컨 에너지 사용을 5%에서 1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냉방 기준으로 나온 것이라 난방에 그대로 옮겨 붙이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같은 송풍기와 같은 덕트를 쓰니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정하게 말하면 반대쪽 자료도 있습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한 연구는 필터 교체만으로 아끼는 에너지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봤고, 그래도 예방 정비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터를 고지서 절약 수단이라기보다 고장 예방 수단으로 보는 쪽에 더 마음이 갑니다. 진짜 비용은 수리비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가스 퍼니스는 버너가 만든 열을 송풍기가 공기로 실어 날라야 합니다. 필터가 막히면 열이 빠져나갈 길이 좁아지고, 열교환기 온도가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면 하이 리밋 스위치라는 안전장치가 작동해서 버너를 끕니다. 식으면 다시 켜지고, 또 과열되면 꺼지는 짧은 반복이 시작됩니다.
이런 반복이 길어지면 리밋 스위치 자체가 닳고, 제어 보드나 송풍기 모터에도 무리가 간다는 게 여러 HVAC 업체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열교환기 균열입니다. 과열이 거듭되면 금이 갈 수 있고, 그 경우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샐 위험까지 이야기됩니다.
그러니 집이 덜 따뜻한데 퍼니스가 자꾸 켜졌다 꺼졌다 한다면, 필터부터 확인해 볼 만합니다. 필터를 갈고 송풍구 막힌 곳을 치운 뒤에도 계속된다면 그때는 기사님을 부르는 게 맞습니다.
이제 가격 이야기입니다. 제가 찾아본 시점에 월마트 온라인에서 16x25x1 사이즈 Filtrete MPR 800(MERV 10) 2개 묶음이 19.88달러, 한 장에 9.94달러 정도였습니다.
같은 브랜드 MERV 12 제품은 2개 묶음 할인가가 26달러대로 올라갑니다. 가격은 매장과 시기에 따라 꽤 출렁이니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하나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비싼 필터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MERV 숫자가 높을수록 작은 입자를 더 많이 거르지만, 그만큼 공기 저항도 커집니다. 오래된 단속형 송풍기를 쓰는 집이라면 MERV 13 같은 고등급 필터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MERV 8에서 11 정도가 무난하다는 게 여러 자료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기사님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교체 주기도 두께에 따라 다릅니다. 1인치 필터는 보통 1~3개월, 4인치 두꺼운 필터는 6~9개월 정도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려동물이 있거나 집 안 공사로 먼지가 많았던 경우에는 더 자주 봐야 합니다. 난방을 본격적으로 돌리는 한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 들여다보는 습관이 가장 확실합니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필터를 빼서 불빛에 비춰 보고, 빛이 잘 보이면 아직 괜찮고, 거의 안 보이면 바꿀 때입니다.
새 필터를 끼울 때는 테두리에 있는 화살표 방향을 꼭 봐야 합니다. 화살표가 퍼니스 쪽, 즉 공기가 흘러가는 방향을 향하도록 넣으면 됩니다.
저는 이번에 필터를 바꾼 날짜를 테두리에 매직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에 꺼냈을 때 몇 달이 지났는지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휴대폰 달력에 3개월마다 알림을 걸어 두는 것도 좋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맞추면 기억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위의 MERV 10 가격으로 계산하면 1년에 네 장, 40달러가 채 안 됩니다. 리밋 스위치나 송풍기 모터 수리비와 비교하면 크게 고민할 금액은 아닙니다.
저라면 가장 비싼 필터를 드문드문 가는 것보다, 중간 등급 필터를 제때 가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등급보다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필터를 끼우고 나니 송풍구 바람이 확실히 시원하게, 아니 따뜻하게 잘 나옵니다. 올겨울 첫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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