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때 일이에요. 해가 지고 나서 현관 벨이 계속 울리는데, 사탕을 하나도 안 사둔 저는 거실 불을 끄고 숨을 죽이고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는 사탕이 아니라 현관 불이었어요. 현관 등을 켜두면 사탕 준비됐다는 뜻으로 읽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해보려고 이것저것 찾아봤어요. 처음 맞는 핼러윈이라 막막한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올해 핼러윈은 10월 31일 토요일이에요. 학교도 다음 날 안 가고 낮부터 시간이 넉넉하니, 평일보다 아이들이 일찍, 많이 돌 가능성이 커 보여요.
미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호는 현관 불이에요. 불이 켜져 있으면 들러도 된다는 뜻이고, 꺼져 있으면 그냥 지나가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요.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고 오래된 동네 관습이에요. 그래도 대부분 이 신호를 꽤 잘 지키더라고요.
현관 앞에 불 켠 호박 랜턴이나 장식을 내놓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읽혀요. 장식은 해놓고 문은 안 열어주면 아이들 입장에선 좀 서운하겠죠.
반대로 참여할 생각이 없거나 집을 비운다면 현관 등만 꺼두면 돼요.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타운마다 권장 시간을 따로 공지하기도 해요. 제가 찾아본 범위에선 우리 동네 올해 공식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서, 버로 홈페이지나 경찰서 공지를 한번 보시는 게 확실해요.
사탕은 개별 포장된 시판 제품이 기본이에요. 직접 구운 쿠키나 포장 없는 간식은 정성은 고맙지만, 부모들이 안전 때문에 대부분 버린다고 해요.
생각보다 다들 사탕에 진심이에요. 전미소매협회(NRF) 올해 조사에서 핼러윈 전체 지출 예상액이 135억 달러, 그중 사탕이 41억 달러였어요.
같은 조사에서 사탕을 나눠주겠다는 응답이 61%였다고 하네요. 숫자로 보니까 왜 동네가 그렇게 들썩였는지 이해가 갔어요.
하나 꼭 알아두면 좋은 게 청록색 호박이에요. 식품 알레르기 단체 FARE가 하는 틸 펌킨 프로젝트로, 이 호박이 있는 집은 먹지 않는 선물도 준비했다는 표시예요.
스티커, 비눗방울, 야광 팔찌, 연필, 거미 반지 같은 걸 많이 준비해요. 달러 스토어에서 한 봉지씩만 사도 충분하고,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이 좋아요.
FARE 웹사이트에는 참여하는 집을 표시하는 지도도 있어요. 알레르기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이 지도를 보고 동선을 짜기도 한대요.
주의할 점은 사탕과 섞이지 않게 그릇을 따로 두는 거예요. 아주 적은 양에도 반응하는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이들한테 어느 쪽인지 고르게 해주면 돼요.
아이들이 오면 보통 "Trick or treat!" 하고 외쳐요. 한두 개씩 집어주거나 그릇을 내밀어 하나 고르게 하면 되는데, 수줍어서 말 못 하는 꼬마한테는 먼저 웃어주면 되고, 의상 칭찬 한마디 해주면 아이들 표정이 확 밝아져요.
시간대마다 오는 손님도 달라요. 해 질 무렵엔 부모 손을 잡은 꼬마들이 많고, 어두워질수록 친구끼리 몰려다니는 큰 아이들이 늘어나요.
키 큰 십대들이 오면 살짝 당황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사탕 받으러 다니는 마지막 해일 수도 있으니 웃으면서 똑같이 주는 쪽이 동네 분위기엔 나아요.
집에 있기 어려우면 그릇을 밖에 두고 "하나씩만 가져가 주세요" 같은 쪽지를 붙이는 집도 있어요. 다만 늦게 오는 아이들 몫까지 남는 경우는 드물다는 건 각오해야 해요.
사탕이 떨어지면 바로 현관 등을 끄면 돼요. 이게 제일 깔끔한 마무리 신호예요.
현관까지 오는 길도 한번 챙겨주세요. 진입로에 불을 밝혀두고, 계단 위 낙엽이나 호스, 화분은 치워두는 게 좋아요.
강아지 키우는 집은 핼러윈 밤엔 안쪽 방에 두는 게 좋아요. 벨이 수십 번 울리면 순한 개도 예민해지고, 문 열린 틈에 뛰쳐나가는 일도 생기거든요.
호박 안에 진짜 촛불을 넣는 경우엔 바람에 넘어지지 않을 자리에 두세요. 의상 자락이 스치기 쉬운 자리라서, 저는 그냥 마음 편하게 LED 초를 쓰기로 했어요.
운전하시는 분들도 그날 저녁만큼은 동네 길에서 속도를 확 줄여주세요. 어두운 옷 입은 아이들이 차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해요.
사실 낯선 사람들한테 문 열어주는 게 아직은 좀 어색해요. 그런데 오래 산 이웃 말로는 동네 얼굴을 한꺼번에 익히는 날이래요.
평소엔 손만 흔들던 사이도 아이 손 잡고 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이름을 묻게 된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작년의 제가 좀 아깝게 느껴졌어요.
그러니 너무 비싼 사탕이나 화려한 장식에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불 켜두고, 웃으면서 문 열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나라면 이렇게 하겠어요. 개별 포장 사탕 한 봉지, 비식품 선물 작은 봉지 하나, 그리고 현관 등.
올해는 저도 숨지 않고 문 앞에 의자 하나 내놓고 앉아 있으려고요. 낙엽 밟는 소리 사이로 아이들 웃음소리 들리는 그 저녁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Stone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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