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이 넘어가면 시애틀은 아침에 햇빛이 반짝해서 "오늘은 웬일이야?" 했는데 오후가 되니까 역시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이럴 때는 샐러드니 샌드위치니 그런 게 눈에 안 들어와요. 뜨끈한 국물 생각부터 납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꼬리곰탕으로 정했어요.
미국 살면 오히려 꼬리곰탕 해먹기가 괜찮습니다.
미국 마트에서도 oxtail이라고 해서 소꼬리를 파는데, 문제는 요즘 가격이 옛날처럼 싸지는 않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이런 징그러워 보이는 소꼬리를 누가 먹어?" 했는데 이제는 미국 사람들도 많이 먹어서 가격이 제법 올라갔더라고요.
그래도 식당에서 가족끼리 사 먹는 것 생각하면 집에서 한 솥 끓이는 게 낫습니다.
소꼬리는 먼저 찬물에 두 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빼줍니다.
중간에 물을 한두 번 갈아주면 더 깔끔해요.
이걸 건너뛰면 국물이 좀 탁해지니까 꼭 빼주세요.

그다음 끓는 물에 소꼬리를 넣고 한번 우르르 끓여냅니다.
오래 끓이는 게 아니라 불순물이 올라올 정도만 데친 다음 물은 버리고 고기는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이 과정 귀찮다고 생략하면 나중에 국물이 지저분해져요. 곰탕은 재료보다 기다림이 요리인 것 같습니다.
큰 냄비에 깨끗하게 씻은 소꼬리를 넣고 물을 넉넉하게 잡습니다. 여기에 무, 통마늘, 통후추 그리고 깨끗하게 씻은 파뿌리를 넣어요.
저는 파 사오면 뿌리를 잘 안 버립니다. 깨끗이 씻어서 말리거나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곰탕이나 육수 끓일 때 씁니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20분 정도 팔팔 끓이고 그다음부터 중약불로 낮춰 푹 끓입니다.
꼬리 고기가 젓가락으로 건드렸을 때 부드럽게 떨어질 정도까지 끓여야 맛있어요.
저는 시간 여유 있을 때는 몇 시간이고 천천히 끓입니다.
중간중간 위에 뜨는 기름은 걷어주세요. 소꼬리가 원래 지방이 많은 부위라 이걸 그대로 두면 국물이 너무 느끼합니다.
물이 많이 줄어들면 물도 조금씩 보충하고요.
고기가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건져서 살짝 양념합니다.
국간장 3큰술, 다진 파와 마늘 각각 1큰술, 참기름 1큰술에 후추와 소금을 조금 넣어 조물조물 해주세요.

당면도 미리 삶아서 찬물에 헹궈놓고, 같이 삶았던 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썹니다.
이제 큰 대접에 당면 깔고 무 올리고 양념한 꼬리고기 척 올린 다음 송송 썬 파를 듬뿍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팔팔 끓인 국물을 부으면 끝이에요.
간은 먹는 사람이 소금과 후추로 맞추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꼬리곰탕에는 솔직히 반찬 많이 필요 없어요. 김치나 잘익은 깍두기 하나면 됩니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갈 먹고 꼬리고기 뜯다가 잘 익은 김치 한 조각 척 올려 먹으면 밖에서 시애틀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무슨 상관인가 싶어요.
미국 생활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이런 음식으로 돌아오더라고요.
햄버거도 좋고 스테이크도 좋지만 비 오는 저녁에 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건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이런 국물 음식입니다.
오늘도 한 솥 끓여놓았으니 내일 아침까지 걱정 없습니다.
사실 꼬리곰탕은 끓인 다음 날이 더 맛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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