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이 얼마 전에 이력서를 백 통 가까이 뿌리고도 서류에서 계속 걸러졌다.
그런데 예전 회사 동료에게 연락 한 번 넣었더니 일주일 만에 면접이 잡히고 그대로 최종 합격까지 갔다.
같은 경력인데 결과가 이렇게 갈린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채용 시장에서는 추천서보다 레퍼럴, 즉 내부 직원의 소개가 훨씬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채용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지원서 중 리퍼럴 비중은 6퍼센트에 불과한데, 실제 채용의 37퍼센트가 이 리퍼럴에서 나온다.
지원자 수는 적은데 합격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합격률로 따지면 리퍼럴 지원자는 34퍼센트가 채용으로 이어지는 반면, 일반 잡보드를 통한 지원자는 2에서 5퍼센트 수준에 그친다.
채용 속도 역시 차이가 크다. 리퍼럴로 들어온 채용은 평균 29일 만에 마무리되는데, 일반 채용 공고를 통한 채용은 평균 39일이 걸린다.
채용팀 입장에서 리퍼럴 후보는 이미 내부 직원이 한 번 걸러준 사람이니 서류 심사와 초기 검증 단계를 상당 부분 건너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추천서와 레퍼럴의 구조적 차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추천서는 지원자가 이미 지원한 뒤에 신뢰를 보강하는 사후적 장치에 가깝다. 반면 레퍼럴은 지원 자체를 성사시키는 진입 장치다. 채용 담당자 책상 위에 이력서가 도착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이미 한 단계 앞서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착률 데이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리퍼럴로 입사한 직원의 46퍼센트가 1년 이상 근속하는데, 커리어 사이트를 통한 입사자는 33퍼센트, 잡보드를 통한 입사자는 22퍼센트에 머문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비용뿐 아니라 조기 퇴사로 인한 손실까지 줄일 수 있으니 리퍼럴 제도에 계속 투자할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비용 구조로 봐도 리퍼럴 채용에 드는 비용은 대개 직원에게 지급하는 추천 보너스 정도인데 1500달러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채용 대행사를 거치면 건당 4000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예산으로 훨씬 많은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채널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71퍼센트의 미국 기업이 자체 리퍼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이런 계산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
다만 이 구조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결국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 유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민 초기이거나 업계 인맥이 얕은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소개해줄 사람이 없어서 서류에서부터 밀리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링크드인에서 목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을 찾아 정중하게 커피챗을 요청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직원 입장에서도 추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 생각보다 흔쾌히 응해주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 목록을 다시 훑어보는 것이다. 전 직장 동료, 학교 동문, 업계 모임에서 명함만 주고받고 연락이 끊긴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근황을 묻는 문자를 먼저 보내보는 게 좋다.
세 번째는 지원할 때 회사 채용 페이지에서 리퍼럴 제도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다. 같은 이력서라도 어느 경로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심사대에 오르는 순서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화려한 자기소개서나 정성스러운 추천서보다, 회사 안에 있는 사람 한 명이 내 이름을 언급해주는 것이 채용 확률을 몇 배는 끌어올린다.
이번 주말에는 이력서 파일을 다듬는 대신, 예전 동료에게 안부 문자를 하나 보내보는 게 더 생산적인 투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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