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타코마는 시애틀에서 어느쪽에 있는 도시인가? - Tacoma - 1

시애틀에서 I-5를 타고 남쪽으로 약 30마일만 달리면 도착하는 도시가 바로 타코마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멕시코 음식인 타코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타코마는 원주민들이 마운트 레이니어를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도시다.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에서도 비교적 가까워 자연을 즐기기에도 좋은 위치에 있다. 공식 별명은 'City of Destiny'인데, 처음에는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별명이 붙은 배경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대륙횡단 철도를 건설하던 Northern Pacific Railroad가 서부 종착지로 타코마를 선택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다. 철도가 들어오자 항구와 산업이 함께 성장했고, 타코마는 미국 서북부를 대표하는 항구 도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도 퍼짓 사운드를 끼고 있는 중요한 물류 중심지이며, 워싱턴주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인구는 약 22만 명이며, 피어스 카운티의 행정 중심지 역할도 맡고 있다.

타코마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생활비다. 시애틀과 비교하면 집값과 렌트비가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최근 기준으로 타코마의 주택 중간 거래 가격은 약 50만 달러 수준이며, 일반 단독주택은 45만~70만 달러 정도에서 많이 거래된다. 반면 시애틀은 중간 주택 가격이 90만 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훨씬 크다. 그래서 시애틀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타코마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고, 사운더 통근열차와 버스를 이용하면 대중교통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관광 명소도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유리 예술을 주제로 한 Museum of Glass다. 타코마 출신의 세계적인 유리 예술가 데일 치훌리의 작품도 만날 수 있으며, 박물관 앞 유리 다리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햇빛을 받으면 형형색색의 유리 작품이 반짝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라 사진 찍기에도 좋은 장소다.

가족과 함께 방문한다면 Point Defiance Park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동물원과 수족관, 산책로, 해변이 함께 있는 대형 자연공원이다. 숲길을 걷다가 바다를 바라볼 수도 있고, 아이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도 충분할 만큼 규모가 크다.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데려가면 만족도가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다운타운과 워터프런트도 타코마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이어져 있고, 날씨 좋은 날에는 퍼짓 사운드와 멀리 마운트 레이니어가 함께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특히 타코마 내로우즈 브리지를 건널 때 보이는 바다 풍경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미국 생활을 하다 보면 도시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시애틀이 세련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라면, 타코마는 조금 더 여유롭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항구 도시 특유의 묵직함과 친근한 느낌이 공존하는 곳이다. 화려함은 덜할지 몰라도 생활하기에는 오히려 편안하다는 평가도 많다.

최근에는 오래된 창고와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식당,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계속 들어서면서 도시 분위기도 조금씩 젊어지고 있다. 예전보다 치안과 도심 환경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새로운 주거지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타코마는 시애틀의 유명세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직접 가보면 왜 이 도시가 'City of Destiny'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름다운 바다와 항구, 풍부한 역사, 합리적인 집값,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환경까지 모두 갖춘 곳이다. 시애틀 근교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찾는다면 타코마는 한 번쯤 진지하게 눈여겨볼 만한 매력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