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이런 사람에게 맞고 이런 사람에겐 안 맞습니다 - Washington - 1

DC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도시가 아니다. 이걸 먼저 말하는 게 솔직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DC 지역에서 꽤 오래 살았고, 여기 와서 잘 정착한 사람도 봤고, 1-2년 만에 다른 도시로 떠난 사람도 봤다. 어떤 사람이 DC에서 잘 살고 어떤 사람이 힘들어하는지, 패턴이 보인다.

DC에 잘 맞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은 커리어 드리븐(career-driven)한 사람이다. 연방 정부, 국방, 싱크탱크, 로비, 국제기구, 정책 연구 쪽에 관심 있거나 이미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DC만큼 기회가 집중된 곳이 없다. 이 도시의 네트워킹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한 번의 이벤트에서 만난 사람이 커리어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는 경우가 이 도시에서는 드라마가 아니다. 커리어를 위해 생활 비용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DC는 투자할 만한 도시다.

두 번째 유형은 자녀 교육에 진심인 부모다. 페어팩스 카운티와 몽고메리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은 전국 최상위 수준이다. 학군 내 AP 과정, 영재 프로그램, 수학/과학 특성화 학교가 잘 갖춰져 있고, 대학 진학 지원도 체계적이다. 한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은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되어 있어 스터디 그룹, 과외, 학원 인프라도 함께 작동한다. 자녀 교육이 이사 결정의 핵심 요인이라면 DC 외곽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는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세 번째는 역사, 문화, 박물관,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 19개 전부 무료다. 국립 미술관, 국립 역사 박물관, 항공우주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이 모두 공짜로 열려 있다. 주말마다 갈 곳이 없어서 지루하다는 건 DC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오히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가 문제다.

반대로 DC가 맞지 않는 유형도 있다. 생활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DC는 처음부터 타이트하다. 렌트, 외식, 주차, 세금 등 모든 게 비싸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교외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DC 시내나 그 근방은 맞지 않을 수 있다. DC는 항상 무언가 돌아가고 있고, 그 에너지가 자극적인 사람에게는 활력이 되지만 소진되는 사람에게는 피로가 된다.

자동차 없이 생활하려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DC 시내에서만 생활하면 메트로와 버스로 가능하지만, 외곽으로 나가면 차 없이는 사실상 이동이 어렵다. 한인 마트가 있는 안난데일이나 락빌까지 가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DC의 지배적인 정치 문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DC는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도시다.

결국 DC는 야망이 있고,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를 커리어나 교육 투자로 정당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맞는 도시다. 그 조건이 맞으면 이 도시는 굉장히 보답한다. 아닌 경우라면 차라리 인근 볼티모어나 리치먼드처럼 규모는 작지만 생활비가 낮고 DC와 가까운 도시를 베이스로 삼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